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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임산부 성폭행' 출동 경찰, 초동수사 매뉴얼 제대로 안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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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 임산부 성폭행' 출동 경찰, 초동수사 매뉴얼 제대로 안 따랐다

입력
2012.09.0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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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집에서 이웃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만삭의 임신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폭력범죄 대응 매뉴얼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피해자 남편이 인터넷상에 글을 올려 "경찰 조사 시기와 방법이 부적절했다"고 주장하면서 알려졌다.

6일 인천경찰청에 따르면 임신 8개월의 주부 A(26)씨는 지난달 12일 오후 2시30분쯤 자신의 집에서 낮잠을 자던 중 몰래 침입한 B(31)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A씨 옆에는 세살 난 아들이 잠들어 있었다. 관할 지구대 경찰관 2명은 같은 날 오후 2시54분쯤 남편의 신고를 받고 4분쯤 뒤 현장에 도착했다. 도착한 경찰은 피해자에게 외상 흔적이 없다며 출동한 119구급차를 돌려보냈다.

초동 수사를 위해 신고한 지 20여분만에 도착한 경찰서 강력팀 직원 6명은 순찰차 안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던 A씨에게 범인 인상착의 등을 물었다. 피해자가 만삭의 몸이고, 이날 오후 병원에서 조산 위험 진단을 받았다는 점에서 경찰이 신속히 병원 이송을 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더욱이 현장에 여성 경찰관도 없었다. 지구대·파출소에서 성폭력 피해 조서를 작성치 않도록 하고, 지구대 등 격리된 장소에서 여경이 성폭행 여부를 간략히 확인한 뒤 경찰서에 인계하도록 규정한 '성폭력범죄 발생 시 초동 조치 매뉴얼'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성폭력 등 강력범죄 발생 시 피해자 보호 및 지원 활동을 하는 케어(CARE·피해자 심리전문요원)팀도 사건 발생 8일이 지나서야 투입됐다. 인천 케어팀은 지난 20일 A씨 남편과 통화해 피해자 지원을 요청받고 다음날인 21일 A씨가 머물고 있던 경북 친정집에 상담사 등을 파견했다. 피해자가 제2, 3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는 케어팀의 취지가 무색한 대목이다.

A씨 남편은 사건이 일어난 지 4일 뒤인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5일까지 인터넷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4차례 글을 올려 경찰 대응이 미흡했다고 주장했다.

남편은 글에서 "범인 인상착의는 제가 기억하고 있는데도 경찰은 왜 만삭인 아내를 딱딱한 의자에 앉혀 진술하게 했는지 마음 아프다"며 "아내가 조산기가 있어 3시간가량 수액치료를 받은 다음날 경찰은 2시간 동안 아내로부터 진술을 받았다. 외상이 없고 조산이 되지 않았으니 괜찮고 다행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피해자를 순찰차로 호송할 생각이었으며, 범인 인상착의 확인 후 원스톱센터가 있는 인천의료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게 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13일 A씨의 집에서 불과 50m 떨어진 곳에 사는 성폭행 등 전과 6범의 B씨를 용의자로 붙잡아 구속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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