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으로 시작했던 MB정부의 '그리노믹스(Greenomicsㆍ녹색성장정책)'가 셰일가스로 마무리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셰일가스에 주력하는 모습인데, 실효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6일 '셰일가스 종합 육성대책'를 발표하고 2020년까지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도입량의 20%를 셰일가스로 대체하는 등 '한국형 셰일가스 개발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 들어 갑자기 셰일가스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지난 5월 국가 에너지전략의 새 판을 짠다며 셰일가스 민관 TF를 구성하더니 지난달에는 조석 지경부 2차관이 미국으로 날아가 2017년부터 북미산 셰일가스를 연간 350만톤씩 들여오는 계약을 체결했다. 석유공사는 앞서 지난해 3월 미국 셰일가스 회사의 광구 운영권 지분 23.67%를 인수했다.
셰일가스란 암반 속에 들어있는 천연가스의 일종으로 미국 중국 등에 주로 분포한다. 가채 매장량이 전 세계가 60년 동안 쓰고도 남을 1,500억톤에 달해 향후 석유 고갈에 대비한 가장 유력한 대체 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셰일가스가 결국은 미래 에너지의 패러다임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정부의 셰일가스 집중정책이 너무 '급조'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배경엔 지지부진한 녹색성장의 불씨를 셰일가스를 통해 되살리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말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08년 8ㆍ15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한국의 발전패러다임으로 언급하면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2030년까지 40조원을 투자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11%까지 확대, 세계 5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하지만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한다던 태양광산업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세계적 공급과잉, 중국의 저가공세가 맞물리면서 관련기업들조차 사업을 철수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신재생에너지의 이용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정부는 기술투자를 거의 하지 않고 외연확대에만 치중했다"고 말했다. 임기 마지막 해를 맞았으나 녹색성장의 결실은 하나도 나온 게 없고, 그렇다고 신재생에너지를 강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보니 결국 셰일가스를 급하게 '대안'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효성 논란도 거세다. 셰일가스 개발을 국가적으로 밀려면 공기업이 앞장서야 하는데, 정작 석유공사의 자본금(89억달러)은 미국 엑손모빌(1,527억달러)의 5.9%에 불과하고 중국업체 시노펙(662억달러)에도 한참 못 미친다. 독자개발을 위한 기술력도 미국 등 선진국보다 3~8년이나 뒤쳐져 있다. 한 자원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셰일가스 같은 거대 자원프로젝트에 너무 갑자기 매달리는 느낌"이라고 말했고,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셰일가스에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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