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는 6일 "박근혜 후보 측 인사가 전화를 걸어와 뇌물과 여자 문제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안 원장의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화 통화의 상대방인 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은 "친구 사이의 사적인 대화 과정에서 시중의 의혹을 얘기했을 뿐인데 과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금 변호사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새누리당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양 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서 자칫 진실 공방으로 빠질 가능성도 있다.
전화 통화 왜 했나
금 변호사와 정 공보위원 모두 전화 통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금 변호사에 따르면 정 위원이 전화를 건 시각은 4일 오전 7시57분이고, 통화 시간은 7분 가량이다. 정 위원도 약간의 시차는 있지만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승용차로 이동하는 도중에 금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화 통화의 목적이나 이유에 대해서는 주장이 각기 다르다. 금 변호사는 "아침에 갑자기 전화를 걸어왔다"고만 밝혔다. 그러면서도 전화 통화 내용으로 봤을 때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고 협박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반면 정 위원은 대학 동기로 시작된 오랜 친분을 거론하며 친구 사이의 격의 없는 전화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당시 정 위원은 정식 임명장을 받진 않았지만 캠프 공보위원으로 임명된 상태였다. 때문에 친구 사이로 안 원장을 돕고 있는 금 변호사와 부딪칠 수도 있다고 판단해 가볍게 전화를 걸었다는 게 정 위원의 주장이다.
어떤 대화 나눴나
두 사람의 주장을 종합하면 통화는 자연스럽게 안 원장의 검증 대목으로 흘러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안 원장을 겨냥해 재개발 딱지 구입 및 포스코 스톡옵션 고가 행사 의혹 등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상 가능한 대화 내용일 수 있다.
금 변호사는 이 대목에서 정 위원이 안 원장의 여자 문제와 뇌물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이 "너 안철수하고 친하냐. 내가 하는 말을 (안 원장에게) 전할 수 있느냐. 안철수에게 뇌물 문제와 여자 문제가 있는데 우리가 다 조사해서 터뜨릴 것이다"라면서 협박했다는 게 금 변호사의 주장이다. 금 변호사는 "하도 황당해서 도대체 두 가지가 뭐냐고 물었더니 '본인한테 얘기하면 알 것이다'면서 두 가지 문제를 구체적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정 위원도 통화에서 산업은행 투자와 목동 거주 음대 출신 여성 등을 거론한 사실은 시인했다. 하지만 언론사 기자로부터 듣거나 시중에 떠도는 의혹을 전달한 것일 뿐 사정기관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사찰 의혹에 대해서도 "절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면서 2002년 서울지검 특수3부 검사로 '패스21' 수사를 하면서 산업은행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조사한 경력을 안 원장 측이 오해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협박인가 조언인가
금 변호사는 정 위원이 직접 협박성 발언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통화 당시 정 위원이 "(뇌물과 여자 문제를) 터뜨릴 것이기 때문에 (안 원장이 대선에) 나오면 죽는다"고 협박하면서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금 변호사는 절친한 친구 사이의 사적 대화라는 정 위원 주장에 대해서도 "지난해 말에 정 위원이 출판기념회를 개최한다면서 연락했지만 그 뒤 문자 메시지를 한두 번 주고 받은 것 외에는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아침에 전화해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게 친구 사이의 사적 전화인가"라고 반문했다.
하지만 정 위원은 자동차로 출근하는 길에 전화를 걸었던 정황을 내세워 "협박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캠프 공보위원은 안 교수의 불출마를 종용하거나 협박할 위치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 위원은 특히 "친구 입장에서 '시중에 떠도는 의혹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대선에 나가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조언한 것을 협박으로 과장하고 있다"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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