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석달 이상을 외국에 체류하는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현재 아시아태평양 국가를 순방 중이다. 2주 동안 6개국을 방문하고 러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참석하는 강행군이다. 인도네시아와 중국을 찾은 힐러리 장관은 6일 동티모르에 도착했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브루나이와 쿡 제도를 찾는다. 이렇게 되면 클린턴 장관이 취임 후 방문한 나라는 111개국(중복 방문 제외)이 된다. 토머스 제퍼슨(1790~1793년 재임) 이래 67명의 역대 국무장관 중 가장 많은 국가를 방문하는 것이다.
그러나 힐러리 장관이 명실상부하게 '가장 열심히 일한 미국의 얼굴'로 남기 위해선 큰 산을 넘어야 한다. 바로 지구를 40바퀴 이상 돌았던 콘돌리사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다. 5일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클린턴과 라이스가 가장 활발히 활동한 국무장관 타이틀을 놓고 각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동안 재임한 라이스 전 장관은 4년간 85개국을 돌았지만 170만4,692㎞의 순방 거리를 기록해 거리 기준으로 1위에 올라 있다. 139만5,616㎞를 이동한 클린턴 장관이 라이스 전 장관을 따라잡으려면 지구를 일곱 바퀴 반 더 돌아야 한다.
클린턴 장관이 남은 임기 동안 라이스의 마일리지를 추월할지는 미지수지만, 그는 말라위나 동티모르 등 역대 국무장관이 찾지 않았던 나라들을 방문하며 새로운 외교 스타일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클린턴 장관의 방문은 (테러와의 전쟁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라크와 이스라엘 등 중동 국가들을 집중 방문했던 라이스 전 장관과 대비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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