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규제와 통제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구시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증진법을 개정해 대학 캠퍼스에서 음주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대학생에게 유독 관대한 음주문화를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와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대학 자치권을 지나치게 침해한 지적이 맞서고 있다.
14일부터 이틀간 정기 연고전이 예정돼 있는 고려대와 연세대 학생들은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연세대 경영학과 1학년 주모(19)씨는 "과음이 문제라면 캠퍼스 내 음주를 금지할 게 아니라 음주를 강요하는 직장 회식을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박종찬 고려대 총학생회장은 "잔디밭에서 술을 마셨다고 큰 사고가 생겼다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없다"며 "캠퍼스 내 술자리는 친목의 장인 동시에 토론의 장이 되는 긍정적인 면이 있는 만큼 복지부의 계획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명우 서강대 총학생회장도 "학생들의 자치활동 중에 주점 수익금으로 소외 이웃을 지원하는 행사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정부의 이번 결정은 사실상 대학 내 학생 자치활동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며 "금지부터 하려고 드는 정부의 권위주의적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정책이 실효성과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 박모(21)씨는 "전국 10개 대학에서 대학 내 외부 업체가 술을 파는 것으로 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실효성이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상혁 한국외국어대 총학생회장은 "정부는 지난달 27일 대학 자율화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캠퍼스 내에 호텔까지 지을 수 있도록 했다"며 "캠퍼스 내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되고, 잔디밭에서 마시는 건 안 된다는 발상이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은 대학 내 숙박시설 등 수익사업장은 음주 금지 법규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반면 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있다.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 박모(25)씨는 "대학 축제 때면 온통 주점 일색이고 축제기간 내내 토사물과 쓰레기들로 청소하시는 분들만 새벽마다 곤욕을 치른다"며 "유독 대학생에게 관대한 음주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환영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은 제약이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과도한 음주는 교내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며 "법이 개정되면 총학생회 등과 협의해 캠퍼스 내 음주 규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가 5일 발표한 개정안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4월부터 초ㆍ중ㆍ고교, 대학교, 청소년 수련 시설, 의료기관 등에서 술 판매와 음주가 금지된다. 이를 어겨 술을 판매할 경우 500만 원 이하, 술을 마실 경우 1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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