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전 성폭행 살인 사건으로 당시 아홉 살 난 딸을 잃은 미국의 어머니가 모금운동 끝에 범인의 사형집행 장면을 지켜보게 됐다.
뉴욕주에 사는 티나 컬(50)씨의 딸 베키 오코넬은 1990년 5월 8일 사우스다코다주에서 편의점에 사탕을 사러 나간 후 이튿날 인근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성폭행을 당한 베키의 옷은 벗겨져 있었고 목 등에 자상이 있었다. 범인 도널드 묄러(60)는 1992년 사형을 선고받았지만 주대법원은 부적절한 증거 사용을 이유로 판결을 뒤집었다. 묄러는 이후 사형을 다시 선고받았고 연방 대법원 상고는 기각됐다. 사우스다코다 담당 순회법원은 7월 묄러의 사형을 결정했다. 약물주사로 집행되는 묄러의 사형은 10월 28일에서 11월 3일 사이 이뤄진다. 묄러는 변호인을 통해 "사형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딸이 살해당한 직후 뉴욕주로 이주한 컬은 사형이 집행되는 사우스다코다주까지 2,250㎞를 갈 수 있는 여비가 없다며 지난달 도움을 호소했다. 당시 컬은 abc방송에 "살인범이 내 딸이 죽는 것을 봤으니 이제 내가 그의 죽는 모습을 봐야겠다"며 "범인이 병으로 죽을까 걱정하며 이 순간을 22년간 기다려왔다"고 말했다. 심장질환 등을 앓고 있는 컬은 월 721달러의 장애인 보조금으로 살아가며 베키의 생부가 아닌 컬의 현 남편은 실업자다.
5일 CBS방송에 따르면 컬은 알래스카 등 미국 전역에서 보내온 돈으로 4,000달러(약 450만원)를 모아 범인의 최후를 지켜보게 됐다. 하지만 굳이 사형 장면을 볼 필요가 있느냐며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컬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장질환 때문에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컬은 내달 25일 자동차로 출발할 예정이다.
미국 50개주 중 33개주에 사형제가 존재하며 지난해 43명의 사형이 집행됐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는 꾸준히 미국에 사형체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