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광주비엔날레가 9월 7일 개막해 11월 11일까지 66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40개국에서 온 92명의 작가의 작품 300여 점이 광주광역시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장을 비롯해 무각사, 대인시장, 광주극장, 광주시립미술관 등에서 선보인다.
올해 처음으로 여섯 명의 공동예술감독 기획으로 열린 축제의 테마는 '라운드테이블'(Round Table·원탁회의). 평등과 자유에 관한 여섯 개의 소주제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다양한 담론을 시각적으로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소주제는 '친밀성, 자율성, 익명성' '시공간에 미치는 유동성의 영향력' '일시적 만남들' '집단성의 로그인, 로그아웃' '개인적 경험으로의 복귀' '역사의 재고찰' 등이다. 김선정 책임공동예술감독은 "예술감독이 인도, 일본, 이라크 등 서로 다른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 다름을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15개월간의 전시 준비 과정은 라운드테이블이라는 주제에 맞게 다양한 생각을 모아놓고 상호 연관성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관객들 참여할 수 있는 작품 돋보여
전시장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작품은 뉴질랜드 작가 스콧 이디의 '100대의 자전거 프로젝트'. 2011년 그가 뉴질랜드 다우즈 미술관에서 선보인 작품을 확장한 것으로, 그 지역 아이들이 타던 중고 자전거를 말끔하게 고치고 알록달록한 색을 칠해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이 탈 수 있게 했다. 가끔은 타면서 말썽을 일으키는 중고 자전거를 통해 작가는 "늘 호의적이지 않은 세상과 타협하는데 필요한 도구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올해 광주비엔날레에는 관객의 참여를 통해 전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벨기에 출신의 사라 나이테만스의 '자아의 전망대'는 여러 개의 작은 거울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기이한 헬멧과 거울로 꾸며진 내부에 홀로 들어가 앉을 수 있는 원통으로 구성된다. 헬멧에 붙은 거울은 행성을, 원통은 우주를 의미하며 이들을 통해 각각 우주의 주체와 객체로서의 경험을 할 수 있다. 작가는 일종의 명상의 도구로서 작품을 체험해보기를 권했다.
한중일 세 명의 작가로 이루어진 아트그룹 '시징맨'의 영상작품'서경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만나기 위해선 관객이 퍼포먼스를 해야 한다. 이민 문제를 유쾌한 웃음으로 치환한 이 작품은 통상적으로 까다로운 여권 심사 방식을 관객의 노래나 춤 등의 퍼포먼스로 색다른 입국의 경험을 심어준다.
광주시 치평동의 무각사에는 관객이 소금에 발을 담그는 참여 작품도 있다. 김주연씨의 '기억지우기'는 산처럼 쌓아둔 소금 속에 발을 담그고 깊은 명상의 시간을 가지는 시간을 제안한다.
디렉터가 뽑은 '놓치면 아쉬운 작품'
비엔날레의 전시장은 넓고 감상할 작품은 많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여섯 명의 디렉터가 꼽은 '놓치면 후회할 12작품'을 집중적으로 감상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 웨이웨이의 '언어 프로젝트' ▦앨런 캐프로의 '밀고 당기기' ▦마이클 주의 '분리불가' ▦서도호의 '탁본 프로젝트' ▦보리스 그로이스의 '역사 이후: 사진 작가로서의 알렉상드로 코제브 ▦제임스 캐힐의 '순수하고 객관적인 관점: 초기 중국 회화 구상 ▦버티컬 서브머린의 '숲: 무슈 팽의 한 챕터 ▦다린카 포프 미틱의 '견고함에 대하여 시리즈' ▦페드로 레예스의 '이매진'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슬라브스와 타타스의 '나스레딘 호자:반근대주의자' ▦애덤 브룸버그&올리버 차나린의 '고통받는 사람들' 등이다.
이들 중 각국 취재진에게 가장 많은 호응을 얻었던 작품은 멕시코 작가 페드로 레예스의 '이매진'이다. 자신을 '평화주의자'라고 말하는 작가가 멕시코에서 폐기된 무기를 기타와 팬플룻 같은 악기로 탈바꿈시킨 작품이다. 1,527개의 총으로 나무 심는 삽을 제작한 전작 '피스톨 총으로 만들어진 삽'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 4월, 정부에서 폐기하는 6,700개의 무기를 받아 그 중 500개로 50개의 악기를 만든 그는 영상을 통해 무기가 악기로 변모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영화 속에서 총을 쏘면서 무기에 대한 환상을 심어준다"면서 "아이들에게 그것 못지 않게 흥미로운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악기를 떠올렸다"고 말했다.
올해의 광주 비엔날레에 대한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전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 문제와 더불어 다국적 작가들의 다양한 사유를 볼 수 있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그러나 작품을 아우르는 주제가 명확하지 않고 다소 산만하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미술평론가 임근준씨는 "총감독의 역할은 작품을 통해 동시대의 공통된 문제의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그런 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평했다.
이인선기자 kel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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