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준길 공보위원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을 협박, 대선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정 위원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안 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는 어제 급히 기자회견을 열어 뇌물 및 여자 문제를 들먹이며 여러 차례 협박을 했다고 공개했다.
금 변호사에 따르면 정 위원은 "우리가 조사해 다 알고 있다"며 "대선에 나오면 바로 죽으니, 안 원장에 말해 대선에 나오지 않도록 하라"고 협박했다. 정 위원은 설립 초기의 안철수연구소에 대한 산업은행의 투자와 관련해 투자팀장 강모씨에게 주식을 제공했고, 서울 목동에 사는 음대 출신 30대 여성과 최근까지도 사귀고 있다는 내용을 주로 거론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 위원은 즉각 반박회견에 나서 "친구 사이의 대화를 협박이니, 불출마 종용이니 하는 것은 지나친 과장"이라며 "시중에서 들은 몇 가지 얘기를 전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의 주장은 엇갈리지만, 상식에 비추어 몇 가지는 분명한 사실로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정 위원의 의도가 무엇이건, 금 변호사로서는 충분히 협박으로 느낄 만한 내용이 언급됐다. 또한 최근 부쩍 늘어난 안 원장 관련 소문이 새누리당에서 나왔거나 최소한 증폭되었을 개연성이다.
이런 점에서 일부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안 원장 측의 반발은 귀를 기울일 만하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이 "조사해 다 알고 있다"는 말이 사실일 경우의 조직적인 사찰과 비방 의혹이다. 혹시라도 정보기관이나 사정기관이 여당의 '안철수 죽이기'에 관여했다면, 그것이 집단적이건 개인적이건 간과할 수 없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박근혜 후보 측이 떳떳한 정면승부 대신 우회적 비방 공세에 나섰다면, 그 또한 통탄할 일이다.
바로 얼마 전까지도 이른바 '영포라인'의 민간인 사찰 의혹으로 나라가 시끄러웠다. 유언비어 유포를 비롯한 비방 공세는 한국정치가 청산해야 할 대표적 구태이다. 이 둘을 결합한 '공작정치'야 두말할 나위도 없다. 현재로선 흔적에 불과하지만 안 원장 측의 주장에 우선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