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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DNA' 400만개가 질병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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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DNA' 400만개가 질병 유발

입력
2012.09.0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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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체 23쌍으로 이뤄진 인간 게놈(유전체)을 이루는 물질(DNA)의 2% 가량은 단백질 생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로, 몸 구성 및 생리적 기능 유지 역할을 한다. 반면 유전자가 아닌 나머지 98%는 별다른 기능이 발견되지 않아 과학자들로부터 '정크(쓰레기)DNA'로 불렸다. 그러나 이 비(非)유전자 DNA가 유전자 및 세포에 영향을 미쳐 암을 비롯한 발병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영국, 스페인, 싱가포르, 일본의 32개 연구소, 400여 과학자가 참여한 'DNA 백과사전' 프로젝트 연구팀이 이 같은 결과를 담은 논문 30편을 네이처 등 3개 학술지에 나눠 발표했다.

연구팀은 마치 전등을 켜고 끄듯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스위치DNA'가 게놈 안에 400만개 존재한다고 밝혔다. 공동연구 5년의 성과를 담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 DNA는 암, 당뇨병, 심장병, 정신질환을 비롯해 다발성 경화증, 낭창(결핵성 피부병), 류머티스성 관절염, 크론병(만성 장염), 소아 지방변증(설사ㆍ영양장애를 동반) 등 폭넓은 질병과 관계 있다. 마이클 사이더 스탠퍼드대 연구원은 "질병을 일으키는 변화는 대부분 유전자가 아닌 스위치DNA에서 온다"고 뉴욕타임스(NYT)에 설명했다.

유전학자들은 게놈의 작은 부분에 불과한 유전자에만 집중됐던 연구가 게놈 전반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이번 연구를 평가했다. 에릭 랜더 하버드ㆍ매사추세츠공대(MIT) 연합팀 팀장은 "2003년 인간게놈 지도 완성이 우주 속 지구의 사진을 찍은 것이라면, 이번 연구는 (거리ㆍ건물까지 보여주는) 구글맵과 같다"고 NYT에 말했다.

의학계의 반응도 고무적이다. 예컨대 기존 암 치료는 암세포 자체를 겨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상세포를 암세포로 변형시킨 스위치DNA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이 개발될 수 있다. 추가 연구를 통해 스위치DNA의 위치를 3차원 게놈 지도상에 확정한다면 보다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의학연구소 웰콤트러스트생어연구소의 팀 후바드 박사는 "환자의 상태를 증상이 아닌 게놈으로 파악한다면 개인 특성에 맞고 부작용 적은 처방을 찾아낼 수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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