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어른들만의 사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어른들만의 사회

입력
2012.09.06 12:07
0 0

이런 드라마가 버젓이 방영 중이다. 어느 날 부부가 이혼 위기에 처한다. 멀쩡하던 남자가 갑자기 자기 삶을 찾겠다며 아내의 애원과 가족의 만류도 거부한 채 첫사랑의 여자와 결혼하려 한다. 흔하디 흔한 삼각관계 드라마다. 끔찍한 것은 그 과정에서의 아동학대다. 남자와 여자는 아내에게서 어린 아들을 강제로 빼앗는다. 아이에 대한 애정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오로지 결혼의 수단과 전리품으로만 여긴다. MBC 일일드라마 이다.

■ 아이는 엄청난 공포와 충격에 시달린다. 여자가 찾아오면 문을 잠그고는 울고, 여자 앞에서 몇 번이나 오줌을 싼다. 급기야 몽유병 환자처럼 엄마를 부르며 밤거리를 떠돈다. 이런 아이를 여자는 감싸주기는커녕 화를 내며 때린다. 누구도 아이가 받을 정신적 상처와 그 치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아무리 막장드라마이지만 무신경한 아동학대에 분노가 치민다. 흥미를 위해 계모의 무자비한 언어폭력을 줄기차게 쏟아내는 MBC 주말극 도 비슷하다.

■ 드라마가 이 모양이니 실제로 그런 연기를 하는 아역에 대한 보호와 배려는 말해 무엇하랴. 할리우드에서는 살인과 폭력, 공포물에 출연하는 어린 배우 곁에는 반드시 전문심리치료사가 따라다닌다. 현실이 아닌 허구이고 연기일 뿐이지만, 혹시라도 그것으로 인해 아이가 받을 정신적 충격과 상처를 염려해서다. 열 살과 열 한 살의 다코타 패닝이 와 에 출연했을 때도 그랬다. 연기가 단순히 연기로만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 그러나 우리나라 드라마나 영화에서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이제 겨우 열 두 살인 김새론이 영화 을 찍으면서 어떤 정신적 상처를 입었는지 아무도 알려고 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더하다. 당장 나주 성폭력 피해자 아이만 봐도 그렇다. 정신적 상처는 뒷전이고, 육체적 치료와 경찰조사에만 매달렸다. 정부도 정신치료에 무신경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체 성폭력피해 아동 지원의 4%에 불고하다. 보이는 상처보다 보이지 않은 상처가 더 오래 간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