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ㆍ랭킹1위)는 기록 제조기다. 역대 최다 메이저 대회 우승(17번), 이중 윔블던 7회 우승 타이, 통산 290주가 넘는 랭킹1위 보유 등은 흉내조차 내기 힘들 정도다.
이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페더러는 숨은 진기록도 꽤 양산하고 있다. US오픈테니스 야간경기 23승 무패도 그 중의 하나다.
하지만 페더러가 6일(한국시간) 열린 US오픈테니스 남자 단식 8강전 야간경기에서 복병 토마스 베르디흐(27ㆍ체코ㆍ7위)에 세트스코어 1-3(6-7 4-6 6-3 3-6)으로 무너지면서 이 같은 연승기록이 깨졌다. 대신 2004년 이후 처음으로 US오픈 준결승에 오르지 못하는 불명예만 남겼다. 또 이번 대회 시드배정 1번 주자가 4강에 합류하지 못한 것도 2001년 이후 페더러가 처음이다.
페더러는 경기 후 "나 자신에게 매우 실망스럽다"며 패배를 깨끗이 인정했다. US오픈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노리던 페더러는 3회전까지 단 한 게임도 잃지 않는 퍼펙트 행진을 거듭해왔다. 4회전에서도 상대 마디 피쉬(31ㆍ미국ㆍ25위)가 기권하는 바람에 힘 한번 들이지 않고 8강에 안착했다.
충분한 휴식으로 나흘만에 코트에 나선 페더러는 힘이 넘쳤다. 1세트 시작과 함께 상대의 서브를 브레이크 하면서 게임스코어 3-0으로 앞서나갔다. 하지만 이내 베르디흐의 강력한 서브가 터지면서 전세가 반전됐다. 결국 타이브레이크 끝에 첫 세트를 내준 페더러는 실책을 상대보다 2배 가까이 많은 40개나 남발해 자멸했다. 3세트를 6-3으로 따낸 것이 그나마 황제의 자존심을 살렸다. 이에 반해 베르디흐는 키 196㎝에서 뿜어져 나오는 220㎞ 서브를 무기로 14개의 에이스를 솎아내 7개에 그친 페더러를 압도했다.
베르디흐는 경기 후 "2009년의 악몽이 떠올라 마지막 포인트를 따낼 때까지 마음을 놓을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베르디흐는 2009년 호주오픈에서 페더러에게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나가다가 2-3으로 역전패한 경험이 있다.
US오픈 4강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베르디흐는 런던올림픽 챔피언 앤디 머레이(25ㆍ영국ㆍ4위)와 결승진출 티켓을 다툰다. 베르디흐가 역대전적 4승2패로 앞서 있지만 올 시즌 은 1승1패로 경기를 나눠가졌다. 디펜딩 챔피언 노박 조코비치(25ㆍ세르비아ㆍ2위)와 2009년 우승자 후안 마르틴 델포트로(24ㆍ아르헨티나ㆍ8위)도 결승 길목에서 만났다. 런던올림픽 3,4위전 이후 리턴매치다. 당시 델포트로가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한편 앞서 열린 여자부 경기에선 마리아 샤라포바(25ㆍ러시아ㆍ3위)가 준결승에 올랐다. 샤라포바는 마리옹 바르톨리(28ㆍ프랑스ㆍ11위)를 맞아 2-1(3-6 6-3 6-4) 행운의 역전승을 거뒀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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