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민간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서울지부는 5일 '참치통조림의 숨겨진 비밀(The Hidden Secret of Canned Tuna)'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국내 3대 참치통조림 업체인 동원, 사조, 오뚜기를 대상으로 이들이 바다에서 어떻게 참치를 잡아들이는 지를 '환경'과 '자원' 관점에서 조사한 것입니다.
그린피스는 업체들에 대해 '지속가능성'순위를 매겼습니다. 지금처럼 참치를 잡을 경우, 과연 얼마나 지속적으로 통조림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인가를 보여주는 순위인데요. 심각성에 따라 레드, 오렌지, 그린의 등급이 부여됩니다.
그린피스가 순위를 조사하면서, 가장 주목한 건 혼획이었습니다. 여러 종의 물고기를 마구 잡는 행태를 말하는 것이지요.
태평양 연안에서 고기를 잡을 때, 어선들은 바다 위 부표를 띄워놓고 바닷속에 음파를 쏴 물고기를 모으는 '집어장치(SAD)'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데요. 무분별한 SAD 사용으로 필요 이상의 참치를 잡는 것은 물론 각종 치어, 심지어 바다거북 같은 보호종까지 잡아들이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참치 선망어업으로 혼획된 어획량은 매년 18만2,500톤으로, 이는 약 10억개의 캔을 만들 수 있는 양입니다.
그린피스는 어족자원의 고갈을 낳을 수 있는 혼획의 대안으로 ▦외줄낚시 어업 ▦SAD사용 제한을 이야기 합니다. 외줄낚시는 고기를 잡을 때 낚싯대, 낚싯줄 등을 이용하자는 것인데요. 혼획은 줄겠지만, 참치업체 관계자는 "낚시대로 참치를 한 마리씩 잡아 어떻게 통조림을 만들겠나.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SAD 제한에 대해선 업계도 상대적으로 수긍하는 입장입니다. 그린피스 관계자는 "앞으로 참치통조림을 만드는 업계가 변하지 않는다면 지금 아이들은 참치김밥을 맛보는 마지막 세대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 결과, 국내 참치통조림 3사 중 사조와 오뚜기는 중간인 오렌지 등급을 받았습니다. 놀랍게도 동원은 가장 나쁜 등급인 '레드'를 받았는데, 그 이유가 그린피스의 정보제공요청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업계로선 먹고 살기도 힘든데 그린피스의 이런 조사가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지겠지만, '지속가능성'은 이미 새로운 경영 트렌드로 자리잡은 지 오래입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2위 참치어획국입니다. 그린피스는 앞으로 매년 같은 보고서를 낼 예정이라고 하니 내년엔 국내 업체의 등급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 됩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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