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이후 자살 돌연사 등 200명여명 직원ㆍ퇴직자의 목숨을 잃게 한 원인으로 지목된 KT의 고강도 인력퇴출프로그램이 실제로 운영됐다는 사실을 고용노동부가 처음으로 인정했다. 고용부는 5개월이나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도 올 2월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이에 따라 부당해고자 구제 여부가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고용부는 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은수미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KT 부진인력(CP·C-플레이어)관리프로그램 관련 질의 답변자료에서 "문건 및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감안하면 인력퇴출프로그램이 일부 운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관련 문건으로 2005년 KT 본사가 작성한 '부진인력 1,002명 명단', 2006년 KT 서울서부지역본부가 작성한 '인적자원 관리계획' 등 4건을 제시했다.
CP프로그램은 2002년 KT가 민영화된 이후 2003년, 2008년 두차례에 걸쳐 1만여명의 인력을 정리한 고강도 구조조정과정에서 이에 저항하는 진보 성향 노조 관련자, 분사거부자, 명예퇴직 거부자 등을 업무부진을 내세워 퇴출대상자(C-플레이어)로 지정하고 과도한 업무, 격리, 부당 전보 등으로 압박한 일을 가리킨다.
하지만 KT는 "충북 등 일부 지사에서 체질개선을 위해 관련 문건을 작성했을 뿐 실제로 시행되지는 않았다"며 "고용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용은 통보받지 못했으며 고용부의 특별근로감독시 별도로 지적받은 사항이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6월 CP프로그램으로 해고와 징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KT 충주지사 직원 한모(52)씨가 KT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청주지법은 "CP프로그램에 따라 충주지사와 전북, 서울, 경북지사 등에서 명예퇴직을 거부하거나 노조활동을 한 직원들에 대한 퇴출이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본사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프로그램을 시행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었다.
고용부가 KT 본사 차원의 CP프로그램 운영 사실을 인정한 이상 부당해고 등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은수미 의원은 "노조가입 여부 등을 통해 부당한 전보ㆍ인사ㆍ징계조치를 단행한 CP는 전형적인 부당노동행위"라며 "당국의 적극적인 진상규명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T 노동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단체인 KT노동인권센터도 지난 6월 검찰에 CP를 통한 KT의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고용부 관계자는"CP 프로그램 자체가 위법한지 아닌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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