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다. 1,0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부실 가능성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만기가 돌아오는 위험 대출을 축소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고통 받는 서민들의 상환 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정부분 만기 연장이 불가피한 것도 현실이다.
그렇다고 지금처럼 '묻지마 연장'을 하다간 자칫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합리적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만기 도래분을 연장하는 경우에도 새로운 계약이 시작되는 것이기에 신규로 보고 LTV를 적용하는 게 원칙"이라며 "하지만 현재 경기가 좋지 않고 부동산 시장도 어려운 만큼 LTV를 융통성 있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한기 경실련 경제정책팀장은 "부동산에 대한 단기적 처방이 반복되다 보니 이런 허술한 제도가 생겨난 것"이라며 "신규건 연장이건 동일하게 적용해야 LTV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LTV 도입 취지에 비춰보면 만기 연장 때도 기준을 만드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가령 LTV 비율이 얼마면 위기징후, 얼마면 위기국면 식으로 정의하고 각각에 맞는 대응조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 이창선 연구위원은 "장기상환 방식에선 집값 변동이 크지 않아 LTV 비율이 문제될 게 없고, 대출자 입장에서도 계획에 따라 매달 빚을 갚아나갈 수 있다"며 "장기분할 상환 방식으로 유도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우스푸어 등 서민 대출자들의 부실 규모를 축소할 수 있도록 이자감면 등 적극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 침체로 금융압박이나 신용부족을 겪고 있는 가계대출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하다"며 "이자감면 등을 통해 저소득 계층의 신용경색을 완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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