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해외로 도피했다가 일본에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10년 만에 귀국한 40대 남성이 결국 사법처리됐다.
보험 영업사원이었던 A(44)씨는 2000년 6월 수사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1년 전 노트북 대여점을 돌아다니며 3,000만원 상당의 노트북을 빌린 뒤 이를 팔아 돈을 마련했다. 보험 영업실적이 좋지 않아 월급을 제대로 받지 못하자 사채업자로부터 1,500만원을 빌려 쓴 뒤 빚 독촉에 시달리다 저지른 범죄였다.
수사기관은 A씨가 1995년 구치소에서 동료 수감자에게 500만원을 사기 친 사실과 1998년 이웃에게 440만원을 가로챈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는 1995년 집행유예 선고를, 1998년에는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상습 사기 전과자였고, 또다시 처벌을 받게 될 경우 장기 복역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진퇴양난에 몰린 A씨는 2000년 6월 결국 해외로 도피했다.
오스트레일리아를 거쳐 일본으로 간 A씨는 새로운 적성에 눈을 뜨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일본 역사에 흥미를 갖게 된 것이다. 그는 학업에 매진했고 일본의 유명 국립대에서 일본사를 전공해 박사과정 전기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2010년 9월 사법처리를 무릅쓰고 귀국했다. 국내 학자들과 학술교류를 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한국에 자유롭게 드나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이를 알아챈 피해자들의 고소로 지난 3월 기소됐고 결국 법정에 섰다. 공소시효는 이미 지났지만, 의도적인 해외 도피 기간이 공소시효 산정에서 제외됐다. A씨는 재판부에 박사학위 수료증과 논문을 참고자료로 제출하고 개과천선해서 학자로서 새 삶을 살겠다고 다짐했지만 죄값은 치러야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이석재 판사는 최근 A씨에게 벌금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동종 사기 전과가 있고 범행 후 10여년 간 해외에서 도피생활을 했지만, 현재 학자로서 새로운 삶을 다짐하면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과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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