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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대출 '묻지마 연장' 가계부채 폭탄 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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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V 대출 '묻지마 연장' 가계부채 폭탄 더 키운다

입력
2012.09.0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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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의 여파로 최초 담보가치를 초과해 만기가 돌아오는 수십 조원의 주택담보대출이 일선 은행 창구에서 아무 조건 없이 '묻지마 연장'되고 있다. 과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 도입 당시 정부가 만기 연장에 따른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데다 은행들이 "대출자 부담을 최소화하라"는 금융당국의 지침에 맹목적으로 편승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당장의 상환부담을 피하고자 더 큰 미래의 부채폭탄을 키우는 꼴"이라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하는 국면에서 만기 도래 부채를 고스란히 미룰 경우 이미 1,0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감당하기 어려운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은행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LTV 상한선(60%)을 넘는 '위험 수위' 주택담보대출은 전체(282조)의 15.6%인 44조원이나 된다. 특히 만기 때 한꺼번에 돈을 갚는 구조인 일시상환 대출이 향후 3~4년 동안 매년 12조~60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LTV 폭탄'의 우려가 커지자 최근 금융당국은 "집값 하락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장기분할상환이나 신용대출로 전환해주는 등의 방안으로 대출자 부담을 최소화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은행권에 내린 상태. 하지만 은행들은 한 술 더 떠 사실상 '무조건 연장'을 시행 중이다. 집값이 폭락만 하지 않으면 만기 연장을 통해 이자를 계속 챙기는 게 유리하다고 보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수도권 대출자(기존 LTV 50% 적용)의 만기 연장 때 LTV를 80%(신용 6등급 이상)까지 적용해오다 7월부터는 별다른 조건 없이 대출금 전액을 연장해주고 있다. 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은 아예 만기 연장 관련 LTV 규정이 없는 상태. 이들 은행은 '신용에 큰 문제가 없는 한' LTV 초과 여부와 관계없이 0.1~1%포인트의 추가 금리만 받고 전액 연장해주고 있다. 특히 은행들은 만기연장자 상당수가 또 다시 일시상환 방식을 택하는데도 별 다른 제약을 두지 않고 있다. 과도한 대출을 막아보자는 취지의 LTV 규제가 만기 연장 때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과거 정부가 LTV 적용기준을 신규대출에만 적용토록 설계했던 탓이 크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LTV 제도 자체가 투기를 막기 위한 조치였기 때문에 대출 연장계약에는 별도 규정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집값 하락으로 부실 위험이 높아진 주택담보대출을 아무 계획 없이 미래로 미룰 경우 가계빚 규모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는 "대출 연장 때 LTV와 관련된 기준이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상황에서 미래의 부채폭탄을 키우지 않으려면 중장기 전망을 토대로 한 최소한의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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