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오투저축은행에 구조조정의 전 단계인 경영개선명령이 내려진 데 이어 8, 9일게 예금보험공사가 소유한 11개 저축은행 중 일부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다. 4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는 셈이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상시 구조조정 체제로 전환한 가운데 저축은행 상당수가 대규모 적자에 자본잠식 상태여서 당분간 퇴출이 잇따를 전망이다.
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주말 예보 소유 저축은행 몇 곳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후 바로 가교저축은행 등으로 넘겨진다. 이럴 경우 앞선 3차례 저축은행 구조조정 때처럼 6개월씩 영업정지를 하지 않고 주말 이틀 동안만 문을 닫은 후 월요일부터는 곧장 가교저축은행 형태로 영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예보가 영업정지 대상 저축은행의 대주주로 있어 굳이 긴 시간 영업정지를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영업정지 대상으론 토마토2저축은행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지난달 말 재무구조 악화 등의 이유로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사전통보 받았기 때문이다. 현재 토마토2저축은행 고객 중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없는 5,000만원 이상 예금자는 30여명에 불과하고 후순위채권도 없어 영업정지가 되더라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예보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100% 지분을 인수한 뒤 경영개선 작업 등을 거쳐 재매각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자기자본비율(BIS)이 1%에 미치지 못하는 오투저축은행에 대해서도 경영개선명령을 내려 45일 동안 자본 확충 등이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 퇴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저축은행 상당수가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생존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선 5월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의 계열사인 A, B저축은행 등이 연내 정리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경기 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에 대한 대출부실이 불어난데다가 저축은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신규 영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못한 게 가장 큰 요인이다. 저축은행 예금 금리가 연 3%대로 주저앉는 등 예전만 못한 영향도 있다. 예보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토마토2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2011회계연도(2011년 7월~2012년 6월) 3분기까지 89개 저축은행 중 48%(43개)가 적자를 냈다. 4대 금융지주에 인수된 저축은행들도 인수 당시에 비해 예금(올 3월 기준)은 60%(8조2,296억원 → 3조2604억원), 대출은 71%(6조8,162억원 → 1조9,224억원)나 줄었다. 5월 영업정지 됐던 솔로몬과 한국, 한주저축은행이 10일부터 우리금융, 하나, 예나래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꿔 영업을 재개하지만 개점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저축은행이 생존하기 위해선 은행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틈새시장에 적합한 사업모델을 찾아야 한다"며 "건전성 측면에서 자산 규모를 일정수준 이하로 제한하고 대출심사, 사후관리 등을 담당할 수 있는 역량도 키워야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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