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이슈를 둘러싼 새누리당 내부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특히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 간 갈등이 첨예해지는 양상이어서 향후 노선 투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더욱이 김 위원장은 박근혜 후보의 대선 공약 마련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고, 이 원내대표는 공약의 입법화를 지휘하는 원내사령탑이라는 점에서 갈등의 심각성은 더 크다.
이 원내대표는 5일 예산 관련 당정회의에서 "정치판에서는 정체불명의 경제민주화니 포퓰리즘 경쟁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그래서 기업의 의욕이 떨어지고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도 "박 후보의 공약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며 "다만 재벌 구조를 개혁하겠다고 하면서 과거 실패했던 정책을 자꾸 얘기하니 기업들이 불안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이나 금산분리 강화 등의 정책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경제민주화라고 하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없고 말하는 사람마다 내용이 다르니 정체불명이 아니냐"고 덧붙였다. 경제민주화의 '모호성'도 문제 삼은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성장을 중시하고 있다.
이에 경제민주화를 주도하고 있는 김 위원장은 "대선 후보가 대통령 출마 선언 때, 후보 수락 연설 때 한 얘기를 같은 당 원내대표가 '정체불명'이라는 단어까지 쓴 것은 상식 이하"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이 원내대표를 향해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인 것 같고 태어나서 그런 정치인은 처음 본다"며 "그런 정신상태로는 얘기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감정싸움 양상까지 치닫는 셈이다.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 대표인 남경필 의원도 트위터에서 "이 원내대표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으로 경제민주화는 정체불명이 아니고 포퓰리즘도 아니다"며 발언 철회를 촉구했다. 양측의 이런 논쟁은 당분간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양측 간 파워게임 성격까지 지니고 있어서 갈등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박 후보가 직접 수습에 나섰다. 박 후보는 이날 지방언론사 오찬간담회에서 "(경제민주화 논란은) 열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지만 너무 혼란스럽게 비치면 안 된다. 대선을 앞두고 한 번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새누리당 입장을 확실히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논란에 대한 일종의 '경고' 메시지도 담겨 있다. 그는 "김 위원장은 재벌을 해체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 이 원내대표도 절대 재벌을 감싸는 것이 아니고 시장 공정 차원에서 시장지배력 남용을 근절할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차이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이혜훈 최고위원은 이날 금산분리 강화 추진 방안과 관련, "금융ㆍ비금융 계열에 칸막이(중간금융지주회사)를 쳐 돈이 섞이지 않게 하는 방안과 삼성생명이 갖는 삼성전자 지분 출자를 재무건전성 지표 산정시 적격자본에서 차감하는 방식 중에서 후자 쪽으로 갈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는 소유구조나 의결권 등은 건드리지 않고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 확보에 초점을 맞춰 기존 방침보다 완화된 형태로 추진한다는 의미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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