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경제력이 일부 대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또 대기업간에도 양극화가 심각해 지는 등 우리 경제가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덕분에 한쪽에서는 막대한 영업이익으로 연말보너스 잔치를 기대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이미 명예퇴직에 돌입했다. 한국거래소와 재벌닷컴 등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순위 10대 그룹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넘어섰다. 특히 삼성과 현대자동차 2개 그룹의 영업이익이 전체 상장사의 50%를 돌파했다.
10대 그룹의 영업이익 비중은 2006년 46.3%에 머물렀으나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때 68.5%, 유럽 재정위기가 계속되는 올 상반기에 70%를 넘어섰다. 위기일수록 양극화가 심해진다는 분석이 맞은 셈이다. 유럽 재정위기로 국내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는 가운데 자동차와 IT 등 특정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우리 대기업들이 선전하면서 영업이익 집중도가 높아졌다.
반대로 중소기업이나 건설업계의 경우는 한계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중소기업 1,355개(잠정치)를 올해 신용위험 세부평가 대상으로 선정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로, 이들 중소기업이 사실상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것이다. 또 국내 상장 건설사의 절반 가량이 상반기에 적자를 냈다. 건설사 33개 가운데 42.4%에 해당하는 14곳이 적자다. 그나마 대형 건설사들은 간신히 버티고 있지만 중소 건설사들은 향후 줄부도가 예상된다.
전세계적인 경제위기에서 일부 대기업들의 선전으로 우리 경제가 상대적으로 잘 버텨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성장동력이 일부 기업이나 특정 업종에 편중되면 외부의 충격에 매우 취약해진다. 특히 내수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술혁신 등을 통해 몇몇 업종만 대폭 성장할 경우 고용창출이나 성장률, 수익배분 측면에서 국가 전반에 주는 낙수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경제력 집중을 완화하고 대기업은 물론, 중견ㆍ중소기업들도 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경제 구조를 대폭 개편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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