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위원회(교진추)가 고교 과학교과서에서 삭제해 달라고 청원한 시조새, 말의 진화 내용이 내년 교과서에도 사실상 그대로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오해 소지가 있는 부분은 수정ㆍ보완된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전문가협의회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과학 교과서를 발행하는 출판사 6곳에 최근 협의회가 정리한 '고등학교 과학교과서 진화론 내용 수정ㆍ보완 가이드라인'을 전달한 결과 출판사의 교과서 집필진, 편집진으로부터 수용하겠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과학교육과정 개발기관인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요청으로 이덕환 서강대 교수 등 교육과정ㆍ진화론 전문가 11명으로 구성됐다.
제안을 검토한 출판사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갖고 과학 교과서 집필진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조새는 파충류와 조류의 중간종이 아니다' '말의 진화는 상상의 산물'이라며 과학 교과서에서 진화론 관련 내용 삭제를 요구한 교진추의 청원은 교과서에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협의회는 "교과서에서 진화를 단순화해 설명하다 보니 이 같은 불상사가 생겼다"며 오류가 있는 부분에 대해선 수정ㆍ보완을 권고했다. 특히 시조새를 조류와 파충류를 잇는 유일한 중간종으로 기술한 일부 교과서에 대해서는 시조새 외에도 다양한 원시 조류 화석이 있다는 점을 보충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에 참여한 이융남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박물관장은 "말이 하나의 조상에서 진화했다는 현 교과서 내용은 수십 년 전 이야기"라며 "말은 다양한 조상을 갖고 있다는 게 이미 1980년대 말 정립된 만큼 이 내용 역시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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