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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5·24 조치'의 해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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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5·24 조치'의 해제가 필요하다

입력
2012.09.0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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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체제는 예상과 달리 빠른 속도로 내부 체제 정비를 마무리하고 정책의 방향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 마치 1998년 김정일 체제가 공식 출범한 이후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필두로 남한을 비롯해 러시아, 미국, 일본 등과 일련의 정상회담을 통해 체제안전과 경제회복을 모색하려 했던 때와 비슷하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 들어서자 자신이 직접 나서 경계선을 맞대고 있는 중국, 러시아와 관계를 복구하고 이를 토대로 미국,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하는 전략을 실천에 옮겼다. 이 과정에서 시급한 경제난 해소를 위해 내부적으로는 준비해 왔던 '7ㆍ1 경제관리 개선조치'라는 경제 개혁 조치를 선포하고 실행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등장과 대북압박 정책 구사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자 외부로부터 경제지원을 전제로 추진했던 경제개선 조치도 실패하고 만다.

10여년이 경과했지만 김정은 체제는 당시와 같은 상황에 봉착해 있다. 당연히 김정일 시대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김정은은 권력승계 직후부터 일관되게 '인민생활 향상'을 통치의 목표로 제시해 왔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존의 군 주도의 선군정치를 당-정-군이 역할을 분담하는 정상체제로 전환했다. 아울러 '인민생활 향상'을 위한 정책방향을 몇 차례의 담화 형식으로 제시했다. 개혁조치의 주체와 전략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리 사회주의' 또는 등소평 식의 '흑묘백묘론'의 입장에서 새로운 경제개선 조치를 부분적,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외부 여건에 따라 경제 개선 조치의 폭이 달라질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김정일 시대와 달리 중국과의 관계가 좋은 상태에서 출발했다. 물론 중국의 경제력도 과거보다 월등하다. 중국은 동진을 위해 북한과 협력관계를 중시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 경제 개혁의 후견 역할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중국을 축으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추구할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일본과의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지난주 베이징에서 4년 만에 북일 당국간 대화가 재개된 것이 그것이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은 미국의 정치 일정으로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물밑 대화는 지속되고 있다. 미국도 대선국면을 잘 관리해 나가기 위해 북한과의 일정 수준의 대화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변화를 선택한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변화가 리설주의 공식행사 동행이나 담화와 같은 상징적 수준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변화나 근본적 변화로 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대북정책이 중요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분단 67년 만에 만들어진 또 한 번의 남북관계 일대 전환의 기회를 수수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가 어떤 정책적 선택을 하고 얼마나 치밀한 전략적 구도를 갖는가에 따라 한반도의 미래가 결정되는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는 중이다.

2012년 남북관계에서 최대의 과제는 첫째, '인민생활 향상'을 위해 불가피하게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북한 체제를 어떻게 안정적으로 관리하는가 하는 것이다. 둘째,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문제가 과도하게 국제화되는 현상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것이다. 북한은 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이에 편승하려 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북한이 중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우리의 손을 잡게 하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현재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영향력은 전만 못하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우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다.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만약의 경우 북한이 군사적 모험주의로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안은 북한의 '약한 고리', 즉 경제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5ㆍ24 조치'를 사실상 해제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결자해지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것이야 말로 레임덕을 최소화하면서 한반도의 미래에 기여하는 일이 될 것이다.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봉조 극동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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