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고/ '여성 긴급전화 1366'을 기억하세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고/ '여성 긴급전화 1366'을 기억하세요

입력
2012.09.05 12:05
0 0

최근 발생한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 사건으로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우리사회의 그릇된 성문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잔인한 일이 벌어졌지만, 차제에 이 분노가 국민들의 안전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우린 범죄가 일어나면 112를 떠올린다. 그러나 '여성긴급전화 1366'도 함께 기억했으면 좋겠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성매매 등 주로 여성을 상대로 하는 범죄에 더욱 전문적으로 대응하는 곳이다. 얼마 전 피자집 아르바이트 여대생 자살사건이 있었다. 그 여학생이 끔찍한 피해의 고통을 나누고 도와 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고용관계에서 힘없는 청소년들이 당하는 피해는 심각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청소년 고용사업자 2,711개소 중 88%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위반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소년의 29.3%가 성희롱, 성추행, 폭언과 같은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고용주가 해고와 임금이라는 무기를 갖고 우리 아이들에게 위법과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용 관계에서 성추행과 음담패설, 그리고 폭력이 가해졌을 때 상대적 약자인 피고용인이 적극적으로 대항하거나 신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비정규직일수록, 여성일수록, 그리고 어린 청소년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많은 힘없는 여성과 청소년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폭력 피해자가 그렇겠지만, 특히 성폭력 피해자들은 죄책감, 정서적 어려움, 자기 파괴적 행동과 같은 특성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성폭력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기울타리에 강제로 침범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대인기피증으로 점차 세상과 소통할 기회가 줄어들면서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가정폭력 피해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지속되어 온 폭력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자립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알려 도움을 청하기보다는 아이들 걱정에 고통을 참고 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장벽을 깨뜨릴 때 하루라도 더 빨리 피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우리 곁에는 피해자들 편에서 그들과 함께 이러한 장벽을 깨뜨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 상담원과 여성경찰관이 24시간 배치되어 있는 '여성폭력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를 비롯해 민간의 상담소와 보호시설 등 피해자와 함께 하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피해자 지원 기관의 중심에는 '여성긴급전화 1366'이 있다.

'여성긴급전화 1366'은 1년 365일에 하루를 더헤 즉각적이고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1366'을 누르면 위기상황에 처한 여성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정폭력, 성폭력, 가족문제, 부부갈등, 성매매 피해 등 여성과 관련된 상담뿐 아니라, 피해 신고가 가능하고 가까운 피해자 지원시설로 연계도 해준다. 지금 폭력피해를 당하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1366을 누르시길 바란다. 폭력피해 이주여성을 위해 이주여성 긴급지원센터 1577-1366도 운영하고 있다. 24시간 11개 자국어 상담이 가능하며 위기상담, 법률지원, 체류 등에 관한 상담 등은 물론이고 폭력 등 어려움에 처해 구호를 요청할 경우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누군가의 피해 사실을 알았을 때 주변의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피해 여성이 상담 받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주위에서 도와줘야 한다. 주변의 지지와 응원은 피해자가 하루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해주는 큰 디딤돌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와 풍토가 있어야 또 다른 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성폭력, 성희롱과 같은 여성폭력은 피해자의 책임이 아니다. 참고 해결해보려고 하면 피해는 치유되기 어렵다.

강월구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