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킨들'의 한국판을 내세우는 새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터치'가 9일 출시된다. 예스24, 알라딘, 반디앤루니스 등 주요인터넷서점과 민음사, 한길사 등 출판사들이 출자한 '한국이퍼브'가 만든 단말기다. 화면 터치 방식에다 e잉크 해상도, 터치 패널, 가로ㆍ세로ㆍ두께가 '킨들 터치'와 거의 같다. 크레마 터치를 앞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자책 단말기인 '비스킷 라이트'(인터파크) '스토리 K HD'(교보문고)와 비교하며 미리 써봤다.
세 기기 모두 시집 정도 크기로 작고, 가벼워 한 손에 쥐고 충분히 독서가 가능하다. e잉크 방식으로 눈의 피로를 최소화했다는 장점이나 백라이트 기능이 없어 어두운 곳에서는 볼 수 없다는 단점도 모두 같았다. 크레마 터치, 스토리K HD가 기능을 최소화하고 독서 기능에 집중한 반면, 비스킷 라이트는 신문구독 서비스, 읽어주기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구매 가능한 전자책의 종수는 크레마 터치가 6만권, 비스킷과 스토리K HD가 각각 10만, 11만권이다.
크레마 터치는 국내 첫 정전식 터치스크린과 클라우드 기능을 탑재한 전자책 전용 단말기다. 태블릿PC나 스마트폰처럼 화면을 터치패드로 사용할 수 있는데다, 단말기에서 밑줄 긋고 메모하고 접어둔 책을 노트북이나 태블릿PC에 연동해(클라우드) 다시 볼 수 있다. 클라우드는 비스킷 라이트에서도 되지만 스토리 K HD에서는 안 된다.
PC를 통해 인터넷서점에서 전자책을 구매한 뒤 크레마 터치 해당 사이트의 계정으로 로그인해 구매한 책을 볼 수 있다. 기존 전자책 단말기가 특정 인터넷서점 한 곳에서 구매한 전자책을 읽을 수 있던 것과 달리, 6개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고 읽을 수 있는 건 장점이다. 하지만 각 출판사에서 구매한 책을 읽을 때 재로그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크레마 터치는 e잉크 디스플레이의 최대 단점인 느린 페이지 로드 시간을 최대한 단축했다.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글자 잔상이 겹쳐 독서 흐름을 방해했다. 일반 잉크의 특징을 적용해 종이활자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e잉크는 태블릿PC의 LCD보다 픽셀 간격이 좁고 흑백으로 나뉘기 때문에 가독성이 탁월하지만 글자 잔상이 겹치거나 넘김 속도가 느린 것이 단점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사용해 와이파이 구역에서 웹서핑이 가능하지만, 해상도가 좋지 않아 거의 쓸 일은 없어 보인다. 내장형 메모리는 4GB로 3,000권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스토리K HD는 올해 초 출시된 스토리 K의 상위 기종으로 화면해상도를 높인 것이 장점이다. 크레마 터치에 비해 잔상이 적고 화질이 좋아 세 기종 중 종이책과 가장 가까운 느낌을 준다. 화면 하단에 쿼티 자판을 배열했는데, 버튼이 작아 누를 때 불편하다. 세 기기 중 가장 가볍지만, 다른 두 단말기 용량의 절반인 2GB 메모리라서 1,500권밖에 넣을 수 없다.
세 기종 중 가장 오래된 비스킷 라이트는 2010년 4월 출시 당시 가격이 39만8,000원이었다. 지난 7월 단말기 생산을 중단하며 재고를 할인판매하고 있다. 스토리 K HD와 마찬가지로 자판을 사용한다. 단말기 중 유일하게 3G네트워크 접속이 가능해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3G 이용료는 인터파크가 부담한다. 책 이외에 신문과 잡지 구독서비스가 있는데, 단말기 슬립모드를 사용하면 새벽에 알아서 뉴스가 업데이트 된다. MP3기능도 있어 음악파일을 재생할 수 있고, 기계가 책을 대신 읽어주는 '읽어주기 기능'도 있다.
한국전자출판협회가 추산한 2010년 국내 전자책 시장 규모는 6,908억 원이다. 연평균 20%이상 성장해 2013년에는 1조2,568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스24와 교보문고의 올 상반기 전자책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42%, 56.8% 성장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에도 불구하고 전자책 단말기 시장은 주춤하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초 출시한 스토리 K는 4만대의 판매고를 올렸지만 후속작인 스토리K HD는 1만5,000대 정도 팔렸다. 인터파크는 전자책 이용 고객 중 비스킷 라이트를 사용하는 고객이 5.2%에 불과해 아예 생산을 중단하고 말았다. 예스24 관계자는 "최근 종이책, 전자책 동시출간이 늘고 베스트셀러들이 전자책으로 출시되고 있는 등 콘텐츠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며 "전자책 시장이 커지면 단말기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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