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TV는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2002년 참여정부 시절 투기 억제 차원에서 도입된 대출 한도 기준이다. 집값과 대출을 연계해 집값의 일정 비율 이상으로 대출이 늘어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게 핵심이다. 가령 LTV 50%를 적용하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 4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는 최대 2억원까지다. 비율을 낮출수록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LTV의 이런 특성을 이용해 서울 강남3구(강남ㆍ서초ㆍ송파) 등 집값이 급등하는 곳을 투기지역 또는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해 LTV 기준을 조정해왔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를 중심으로 집값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LTV 적용 대출마저 부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집값 하락→LTV 상한 초과→만기 상환부담→주택 헐값처분→집값 추가하락’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닥치지 않도록 은행권에 대출자 부담을 완화하라는 지침을 내려 보낸 것이다.
문제는 LTV 도입 당시 금융당국이 신규대출자의 대출 한도만 규정하고 만기 연장 때의 가이드라인은 만들지 않는 바람에 은행권의 ‘묻지마 연장’을 초래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LTV 도입 취지 자체가 신규대출을 억제하는데 있고, 만기 연장 기준까지 못 박으면 만기 때마다 은행이 일일이 대출금액을 다시 계산해야 해 시장에 혼란을 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지금처럼 집값이 많이 떨어질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집값 폭등기에 투기를 막는 데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요즘 같은 집값 하락 상황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융당국이 대놓고 말은 하지 않지만 LTV 초과 대출자들이 은행을 찾으면 ‘무조건 연장해주라’는 게 본심일 것”이라며 “은행 건전성을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LTV 연장 기준을 마련하는 게 맞지만 지금은 금융당국이 시장을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므로, 차기 정권에 무사히 ‘폭탄’을 넘기고 그때 구조조정이 잘 진행되도록 돕는 정도가 최선”이라고 진단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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