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성폭행 피해 아동의 어머니가 정신적으로 굉장히 힘들어하는데 전남해바라기여성ㆍ아동센터에서 파견 온 상담사는 정신과 의사와 어머니에 대해 상의조차 하지 않았어요. 상담원은 오히려 '그게 왜 필요하냐'고 묻더군요."
소아정신과 의사인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나주 성폭행 아동이 입원한 병원을 찾은 뒤 경찰 조사가 성급했고 심리지원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가족 상담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할 만큼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경찰 수사를 조언할 권한도 없었던 탓이다.
여성가족부가 운영하는 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인 해바라기여성ㆍ아동센터는 사회복지, 아동학, 심리학 등을 전공하고 1~3년 이상 성폭력 상담 경험 등을 갖춘 상담사 및 임상심리사들이 입사한다. 하지만 전문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입사 후에는 연간 1,2회의 직군별 교육을 받는 것이 전부다. 신 의원은 "내가 해바라기센터 운영위원장을 지낼 때부터 아동 성폭력에 대해 전혀 교육을 받지 못한 인력들을 많이 봤다"며 "현재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대처 전문성이 현저하게 떨어져 총 31개소 중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비판했다.
여성부는 지금까지 아동 성폭력 피해자 진술분석조사 전문가를 80명 정도 양성했지만 부모 지원이나 심리치료 전문인력에는 소홀했다. 아이가 진술을 잘 하도록 하려면 먼저 진술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를 봐줄 전문가가 있어야 하고 이를 소아정신과 의사에게 의뢰하는 등의 과정이 있어야 하지만 이 역할을 해줄 사람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나주 성폭행 피해아동의 경우도 소아정신과 전문의는 없는 상태에서 진술을 시작했다.
장기적인 심리치료에는 구멍이 뚫려 있다. 원스톱지원센터의 경우 센터당 8~11명, 해바라기아동센터는 10~12명, 해바라기여성ㆍ아동센터는 14~23명 정도의 인력이 일하는데 센터 당 약 2,500건의 상담 수사 의료지원을 소화하기는 벅찬 상황이다. 김정숙 여성ㆍ아동폭력피해 중앙지원단장은 "보통 6개월~1년 간 피해자를 치료하는데 성폭력은 1년 만에 치료되지 않는다"며 "치료 이후 사회에 잘 적응하는지 후유증은 없는지 계속 도와줘야 하지만 인력과 예산 부족 때문에 응급 지원 서비스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의 센터 예산은 지난해 해바라기여성ㆍ아동센터 2개소 신설비(14억2,200만원)와 운영비(85억8,900만원)를 합해 100억1,100만원이었지만 올해는 센터 신설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96억3,000만원으로 줄었다. 김정숙 단장은 "해바라기여성ㆍ아동센터 운영에는 연 5억원이 필요한데 예산의 한계로 증설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