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억짜리 차 팔면 4600만원 폭리… 차값은 '딜러 맘대로'
개인사업가인 장모(39)씨는 최근 강남에 위치한 한 메르세데스 벤츠 매장을 찾아 딜러와 E클래스 모델에 대해 상담을 했다. 하지만 가격조건이 맘에 들지 않아 인근 서초매장을 찾았는데, 동일 모델인데도 5%(400만원)이상 가격차이가 났다. 장씨는"똑 같은 차인데 어떻게 몇 백만 원씩 가격이 다를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모든 매장을 다 돌아다니며 가격을 비교할 수도 없고…"라며 답답해 했다.
지방 대도시에 거주하는 이모(34)씨는 인근 폴크스바겐 매장을 방문, 딜러와'골프 GDI' 가계약서에 사인까지 했다. 하지만 생각 보다 비싼 가격이 영 찜찜해 다음날 다른 폴크스바겐 매장을 찾아 상담을 했는데, 이 매장에선 전날 가계약한 매장보다 100만원 이상 준다고 했다. 그는 가계약을 취소하고 이 매장에서 계약서를 새로 썼는데, 몇 시간 후 전날 가계약서를 써준 딜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딜러는 사실상 협박에 가까운 말로, 당장 계약서를 원상 복구시킬 것을 요구했다.
수입차가 국내에 상륙한지 25년.'강남 스타일'의 대명사였던 수입차는 이젠 어느 지방도시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을 만큼 대중화됐다. 올해는 신차등록 12만대에, 시장점유율 10%대를 넘어설 것으로 확실시된다. 올해 새로 도로를 달리게 된 차량 10대중 1대는 외제차란 얘기다.
이쯤 되면 '대중 속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수입차의 콧대는 여전히 꺾일 줄을 모른다. 화려한 딜러매장에 들어서면 마치 '귀족'이라도 된 듯한 느낌을 갖게 하지만, 막상 구입한 뒤에는 후회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우선 가격. 유럽(EU) 미국 등과 자유무역협정(FTA)가 체결됐음에도 불구, 일부 모델만 찔금 값을 내렸을 뿐 대부분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인상됐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한ㆍEU FTA 체결 이후 관세 및 개별소비세 인하 명목으로 일부 모델가격을 내렸지만 그 폭은 0.5% 수준에 그쳤다. 대신 지난 해와 올해 초 2년 연속으로 주요 모델가격은 최대 5%까지 인상했다.
BMW코리아는 최근 주력모델인 5시리즈 2013년형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소폭 내렸다. 하지만 폭은 1% 미만이다. 작년 한ㆍEU FTA 발효로 8%이던 수입관세가 5.6%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차량가격 인하는 미비한 셈이다.
가격 자체보다 더 큰 문제는 가격구조다. 수입차 판매가격이 매장과 딜러에 따라 천차만별인 건 가격구조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의 원가는 판매가격의 60% 수준으로 보면 된다. 여기에 관세와 교육세, 개별소비세 등 세금과 수입사 및 딜러의 마진이 붙는데 이 부분이 문제다. 수입사와 딜러 마진은 각각 10~15% 수준으로 마진폭이 크다 보니 소비자가 실제 구매하는 가격도 널 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입차 값은 사실상 딜러 맘대로다. 잘 안 팔리거나 마진을 줄이겠다고 생각하면 수입차 값이 떨어지는 것이고 반대로 잘 나가는 모델은 사실상 웃돈이 붙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벤츠의 전 분당지역 딜러였던 유진&컴퍼니측은 딜러십 계약일방 해지에 반발하면서 "딜러마진이 10%, 수입차 업체 마진은 17%로 2억원짜리 자동차를 팔면 세금을 제외하고 4,600만원의 폭리를 챙긴다"고 고백한 바 있다.
수입차의 폭리는 자동차 자체도 크지만 부품 쪽으로 가면 더 심하다. 오죽하면 수입차 브랜드들이 신차를 팔 때보다 애프터서비스(AS)로 더 많은 이익을 남긴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신차값은 국산차의 2배, AS비용은 3배란 말까지 나온다.
앞범퍼의 경우 대형세단인 BMW 740i와 벤츠 S500의 교환비용은 각각 162만9,300원, 142만7,174원. 같은 급인 현대차 에쿠스 3.8이 54만8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2.5~3배나 높다. 벤츠의 평균 공임비는 6만8,000원으로 국산차 평균의 3배 정도다. "부품을 생산현지에서 들여와야 하기 때문에 값이 비쌀 수 밖에 없다"는게 수입차측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국내에서 이 정도 팔았으면 당연히 AS비용도 낮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나마 AS센터는 제대로 짓지도 않아, 찾아가기도 힘들고 대기시간도 길기만 하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수입차 시장의 거래행태 및 유통현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6월 BMW코리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폴크스바겐ㆍ아우디코리아, 한국도요타 등 상위 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 최고급 파티·강좌… VVIP엔 '큰손', 기부금 15만원… 사회공헌엔 '조막손'
국내 수입차 업계 1위인 BMW코리아는 최근 1억원이 넘는 '7시리즈'의 초우량고객(VVIP)고객만을 위한 은밀한 공간'모빌리티 라운지'를 오픈했다. 고객들이 비밀보장을 요구해 이곳에 출입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내부 직원만 알고 있다고 한다. BMW코리아는 이곳에 출입하는 일부 고객들에게만 특급호텔 등지에서 멤버십 파티와 강좌 등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국내 수입차 시장이 대중화되고 있지만, 업체들은 여전히 VVIP만을 위한 마케팅에 집중하는 양상이다. 독일계 수입차 A사는 최근 VVIP고객을 한 명, 또는 서너 명씩 따로 초청, 최고급차에 대한 설명회와 시승식을 하고 식사와 여흥도 베풀었다. 은밀한 모임이어서 누가 어떤 접대를 받는지 당사자 외엔 알 수 없을 만큼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VVIP만을 위한 접대는 일반 고객과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정말로 상위 1%만을 위한 특전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입차들은 국내에서 큰돈을 벌고, VVIP들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사회공헌 활동과 기부엔 인색하다. 지난해 BMW, 벤츠, 폭스바겐ㆍ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3사가 올린 매출은 3조9,000억원에 이르지만 기부금은 고작 8억2,190만원에 불과했다. 매출 대비 0.022%에 그치는 수준이다. 벤츠는 2003년 설립 당시 2,238억원 매출에 4,300만원의 기부금을 냈지만, 이듬해 기부금은 고작 15만원에 그쳐 지탄을 받았다. 폭스바겐코리아도 2005년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1억원도 채 안 되는 기부금을 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VVIP마케팅에 투입될 돈을 차라리 부족한 AS망 확충에 쓰는 것이 진정한 고객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 "리스 수수료 차값의 10%… 업체 사실상 고리대금업"
30대 직장인 김모(32)씨는 3년전 리스로 구입한 BMW 320으로 인해 골치가 아프다. 김씨는 차 가격의 30%인 1,500만원을 선수금으로 지불하고, 매달 43여만원에 달하는 원금과 이자를 냈지만 여전히 2,000만원에 달하는 원금이 남았기 때문이다. 리스 계약이 3년 이라, 계약기간이 끝나면 리스사에 차를 돌려줘야만 한다. 김씨는"3년간 3,000만원을 납부했는데 결국 손에 쥔 것 하나도 없다. 리스 계약에 신중해야 했었는데 후회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리스는 국내 수입차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스는 보통 차 값의 일부를 보증금으로 내고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방식. 할부와 달리 소유권이 리스사에 있기 때문에 계약기간이 끝나면 잔금을 내고 인수하거나 아니면 차를 반환해야 한다.
초기비용과 월 불입액이 적다 보니 리스는 지갑이 얇은 데도 수입차를 꿈꾸는 젊은 층들에겐 큰 유혹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을 이용해 수입차 업체와 딜러 업체들은 리스를 통한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 수입차 리스 사업은 수입차 업체가 돈을 빌려주는 금융회사를 세우고, 딜러 업체가 고객들을 모집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수입차 업체와 딜러가 공생관계인 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도요타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국내 수입차 직영 리스회사들이 지난해 올린 영업수익(매출)은 1조원(9,782억원)에 육박한다. 국내 57개 캐피털사 전체 수익(10조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국내 캐피털사들은 할부 위주고, 리스는 주로 고가의 수입차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BMW와 벤츠, 도요타 등 '빅4' 리스사가 사실상 수입차 리스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딜러 업체들도 현금 보다 리스 판매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돈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리스 계약 시 딜러업체의 영업 사원들은 리스사로부터 별도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딜러 업체가 고객에게 리스사를 연결해주는 조건으로 일종의 알선비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수수료는 고스란히 차값에 반영돼 고객들이 결국 이를 부담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엔 수수료가 차값의 10%까지 치솟아 1억원짜리 차를 리스로 살 때 발생하는 1,000만 원의 수수료를 소비자가 부담하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수입차나 딜러 업체들이 리스로 사실상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며 "현금 판매 보다 돈이 된다는 이유에서 리스 사업을 남발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리스와 할부 가운데 정말로 어느 것이 본인에게 유리한지 꼼꼼히 따져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이성기 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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