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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史'마저 내다파는 위기의 증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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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史'마저 내다파는 위기의 증권사들

입력
2012.09.0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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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역사의 메리츠종금증권 인천지점이 지난달 말 서울 강서지점에 통ㆍ폐합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인천지점은 1975년 5월 개설된 메리츠종금증권의 1호점. 메리츠종금증권의 전신이 한진그룹 계열 한진투자증권이고, 한진그룹의 모태가 인천인 점을 감안하면 인천지점의 상징성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인생의 굴곡을 인천지점과 함께 해온 30~40년 단골고객들의 항의가 잇따랐고, 직원들 사이에도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아쉬움과 탄식의 소리가 이어졌다.

1976년 2월 메리츠종금증권 2호점으로 개설된 서울 반포지점도 비슷한 시기에 영동지점에 흡수됐다. 증권사의 간판 역할을 해 온 36~37년 역사의 1ㆍ2호점이 문을 닫을 정도니 증권업계에 드리운 위기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주가 하락과 거래대금 감소로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증권사들의 몸집 줄이기가 한창이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올 들어 전국 32개 지점 중 12개를 축소했다. 인력 구조조정도 이어져 지방지점 직원 18명이 회사를 떠났다. 한 직원은 "회사가 권고사직 형태로 나가라고 해 버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작년까지만 해도 중도 퇴직자에게 위로금으로 연봉 2년치를 지급했는데, 올해엔 1년치만 주고 나가라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21명이 일하던 서울 영동지점은 반포지점과 합쳐지면서 인원이 39명으로 늘었지만, 사무실은 그대로여서 근무 환경이 크게 악화했다. 직원들은 인력 감축을 위한 통ㆍ폐합 가능성을 거론하며 잔뜩 움츠린 분위기다.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움직임은 다른 증권사에서도 감지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등록된 62개 증권사의 국내 지점 수는 1,744개(6월 말 기준)로 작년 동기(1,799개)에 비해 55개나 줄었다. 인력도 최근 1년 새 189명이 감소했다.

신규 인력 채용도 급감하는 추세다. KDB대우증권은 지난해 대졸자 98명을 채용했지만 올해에는 그 절반 수준인 50명을 뽑기로 했다. 동양증권도 지난해 101명을 공채로 뽑았지만 올해에는 경력직만 수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동양증권은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서울 을지로에 있는 본사 사옥까지 매각했다. 동양증권은 6월 말 현재 영업손실 116억원(연결기준)을 기록 중이다.

실제 올 들어 중소형 증권사는 물론 대형사 실적까지 크게 나빠졌다. 62개 증권사의 1분기(4~6월) 당기순이익은 2,16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72.7%나 급감했다. 3곳 가운데 1곳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적자 폭이 커져 잉여금이 바닥나고 납입자본금을 상쇄하기 시작하는 단계인 '자본잠식'상태에 놓은 증권사도 10개나 된다. 자본잠식률은 코리아RB가 58.5%로 가장 높았고, 비오에스증권(47.3%) 알비에스아시아증권(29.8%) 애플투자증권(22.5%) 한맥투자증권(17.4%) 바클레이즈증권(9.5%) SC증권(4.4%) 바로투자증권(1.8%) IBK투자증권(1.3%) 토러스투자증권(0.7%) 순이었다.

증권업 위기와 관련해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주식위탁매매업에 치우친 수익구조가 근본적인 문제"라며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부문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되지 않는 이상 증권업 침체를 극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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