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20년까지 회원국 상장기업의 비상임이사회 정원의 40%를 여성에 할당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U 집행위원회가 이 같은 내용의 여성 이사 할당제 입법안 초안을 마련해 다음달 공식 상정할 계획이라고 4일 보도했다. 여성 이사 비율이 40%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에는 벌금 부과, EU 보조금 제한, 공적 계약에 대한 입찰 제외 등의 제재가 내려진다.
이번 조치는 EU 역내 27개국의 성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마련됐다. EU는 약 10년간 회원국과 기업에 자체적 개선을 권유했지만 실패했다고 판단해 이를 강제화하기로 했다. 입법안을 마련한 비비안 레딩 EU 법무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몇 년간 여성 이사 비율이 연 0.6% 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말했다. 1월 EU 조사에 따르면 상장대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은 13.7%에 불과했다.
FT가 입수한 입법안 초안에 따르면 직원 수가 250명 이상이거나 매출이 5,000만유로를 넘는 기업은 매년 이사회의 성별 구성을 EU에 보고해야 한다. 국영기업은 2018년까지 여성 이사 비율 40%를 달성해야 한다.
이 같은 조치에 기업들은 "유로존 위기의 와중에 경영진에 큰 변화를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EU 최대 재계단체인 비즈니스유럽의 법률 고문 페드로 올리베이라는 "일괄적인 여성 이사 할당제는 기업과 주주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입법안이 다양한 기업의 매우 다른 조건들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기술, 제조업 등 여성이 적은 영역 기업들의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영국과 스웨덴 등 자체 할당제가 없는 국가도 반대 입장이다. 하지만 입법안은 과반수 투표제로 통과되기 때문에 이들 국가가 거부권을 행사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이미 국내 기업에 여성 이사 할당제를 시행하고 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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