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해가 저물어가는 늦은 오후 경기 시흥시의 대표적 해양관광지인 오이도 해양단지에는 10대로 보이는 앳된 얼굴의 커플 한 쌍이 골목길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이들은 이내‘모델’이라고 적힌 건물 안으로 재빠르게 들어갔다. 밤이 깊어지자 술에 취한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인근 편의점에서 구입한 술병을 봉투에 나눠 들고‘모델’안으로 버젓이 들어갔다. 이들 중에는 교복을 착용한 남녀 학생들도 포함돼 있었다.
최근 경기 시흥시 오이도 해양단지에 우후죽순 들어선 불법 숙박업소‘모델’(본보 4일자 12면)이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악용되고 있다.
오이도의‘모델’은 원룸이나 상가를 개조한 모텔의 기능을 갖춘 불법 숙박업소이다. 이곳의‘모델’대부분은 일반 모텔과 달리 업소 내부에 안내데스크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대신 방문객이 1층에 위치한 원룸에 들러 돈을 지불하고 객실 열쇠를 받거나, 단골의 경우 계좌이체 등을 통해 사전에 번호키를 받아 객실 문 앞에 설치된‘무인 체크인’ 시스템을 통해 언제든 입실이 가능하다. 따라서 청소년들이라도 업주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번호키만 있으면 언제든 ‘모델’ 출입이 자유롭다.
이 때문에 시화방조제를 따라 오이도에서 화성 제부도까지 오토바이를 즐겨 타는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해양단지‘모델’에 대한 입 소문이 널리 퍼져 있을 정도다. 특히 올 6월부터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이 수인선과 연결되면서 주말에는 서울과 인천 등에서 오이도 해양단지를 찾는 청소년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주민 김모(44ㆍ여)씨는 “바로 옆집이 ‘모델’인데 오가다 보면 누가 봐도 10대로 보이는 청소년 커플들이 나란히 ‘모델’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며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더 많은 청소년들이 ‘모델’을 찾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최모(46)씨 역시 “모델 이용객들의 30~40%는 청소년이라고 보면 된다”며 “애들을 키우는 입장에서 낯뜨거워 볼 수 없을 지경인데 단속 기관은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나 ‘모델’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관할 행정기관인 시흥시의 감시망도 허술하기만 하다. 불법 숙박업소라 공중위생관리법 적용대상이 되지 않아 청소년들을 혼숙 시키더라도 시에 적발조차 되지 않고 있다. 시흥시 관계자는 “아무래도 불법 숙박업소니까 건축법 위반으로 원상복구를 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며 “감시 인원도 턱없이 부족한데 불법 건축물 투숙객들까지 관리하기는 어려움이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오이도 해양단지는 도시계획 상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숙박업을 할 수 없게 되자 일부 업주들이 단속을 피하기 위해 ‘모델’이라는 이름을 걸고 편법 숙박영업을 하고 있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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