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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백석(白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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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백석(白石)

입력
2012.09.0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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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산문화재단은 한국작가회의와 함께 탄생 100년을 맞는 문인들의 업적과 생애를 객관적으로 조명하고 정리하는 문학제를 2001년부터 매년 개최하고 있다. 많은 해에는 10명도 된 적이 있지만, 올해는 특이하게도 백석 설정식 이호우 정소파 김용호 등 시인만 5명이다. 이중에서도 시조시인 정소파 씨는 유일한 생존 문인이다. 당연히 문단 최고령이다.

■ 5명의 시인 가운데 가장 인기가 높은 사람은 백석이다. 고향인 평북 정주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그는 납ㆍ월북자가 아닌데도 잊힌 존재였다가 1988년 해금 이후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등은 많은 독자들이 좋아하는 시다. 그가 사랑을 받는 것은 모더니즘과 토속성의 조화, 친일은 물론 이데올로기와 무관한 작품, 수려한 용모와 연애사건 등의 매력 덕분일 것이다. 그의 시에 무수히 나오는 음식을 읽다 보면 저절로 먹고 싶어진다.

■ 백석은 1935년부터 겨우 6년 여 동안 시를 발표했지만, 번역에서도 업적이 탁월하다고 한다. 소설은 토머스 하디의 <테스> (1940년)를 비롯해 1956년까지 장편 4편, 단편집 1권, 중편 동화집 1권, 단편 2편을 번역했다. 1953년부터 1957년까지는 시에 집중해 현대시 197편 등 208편을 번역했다. 그가 번역한 소설 <고요한 돈강> 은 '비가 후두둑거렸다. 돈강에서는 벌써 땅거미 들 때 연속되는 자지러진 소리를 내면서 얼음이 우적거리더니'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우리말로 쓰인 것처럼 문장이 생동한다.

■ 대산문화재단과 통인옥션갤러리는 6~18일 서울 인사동 통인옥션갤러리와 통인화랑에서 '백석 탄생 100주년 기념 문학그림전'을 연다. 중견작가 10명이 그의 시 33편을 형상화했다. 6일 오후 통인옥션갤러리에서 열리는 기념행사에서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겸 대산문화재단 이사장이 백석의 시를 낭송한다. 하지만 전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연구다. 지금까지 백석에 관한 학위논문이 600편 넘게 나왔다는데, 앞으로 연구가 더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백석은 계속 파 들어가야 하는 금맥이다.

임철순 논설고문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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