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9명의 재판관 중 과반 이상인 5명이 바뀌면서 15일 출범하는 '제5기 헌법재판소'가 고위 법조인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헌재 재판관 자리를 엘리트 법조인의 승진 코스로 활용하는 관행이 그대로 답습됐다는 비판과 함께, 향후 헌재 결정의 급격한 보수화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4일 여야 합의 몫 헌법재판관 후보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강일원(53ㆍ사법연수원 14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조대현 전 재판관 퇴임 이후 공석이던 자리를 포함, 이번에 한꺼번에 퇴임하는 민형기 김종대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의 후임 다섯 자리가 모두 결정됐다. 신임 재판관 후보는 강 부장판사와 앞서 대법원장 지명 몫으로 추천된 이진성(56) 광주고법원장과 김창종(55) 대구지방법원장, 국회 추천 몫인 안창호(55) 서울고검장과 김이수(59) 사법연수원장이다.
헌재는 조대현 전 재판관 퇴임 이후 1년 넘게 지속됐던 헌재의 파행 운영이 마무리되고, 정상적으로 재판부가 가동하게 됐다는 점에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법조인 중심의 획일화된 재판관들로 헌재가 구성됨에 따라 헌재의 결정이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하기보다는 보수적 색채가 짙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신임 재판관을 포함한 총 9명의 재판관 중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을 지낸 송두환 재판관을 빼면 모두 고법 부장판사와 지검장 이상 경력을 가진 고위 법조인 출신이다. 학력을 기준으로 하면 비 서울대 출신은 고려대 출신 이정미 재판관과 경북대 출신 김창종 후보 2명에 불과하다. 여성은 이정미 재판관이 유일하다. 박주민 민변 변호사는 "헌재 재판관은 법률 지식이나 재판 경험보다는 다양한 경험에 기반한 자신만의 가치로 결정을 해야 할 때가 많은데, 결국 비슷한 경험과 출신의 사람들끼리 결정을 내린다면 헌재의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우려는 내년 3월 이강국 헌재 소장과 송두환 재판관이 퇴임을 앞두고 있어 더욱 커지고 있다. 유일한 재야 출신인 송 재판관 퇴임으로 1988년 헌재 출범 이후 최초로 재야나 진보 성향 재판관이 1명도 없는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초 조대현 전 재판관 후임으로 재야 출신 조용환 변호사가 야당 몫으로 추천됐지만, 여당의 반대로 부결됨으로써 당분간 재야 변호사 인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돼 왔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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