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줄기세포업체 알앤엘바이오 설립자이자 최대 주주인 라정찬(50) 박사가 자신의 전 재산 중 90%를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알앤엘바이오측은 "라 박사가 보유한 회사 주식과 계열사 주식, 부동산 등을 현재 가치로 따지면 환원 규모는 1,137억원"이라고 밝혔다.
라 박사는 4일 서울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재산 사회환원 계약 체결식 및 기자간담회'를 갖고 "5년 전부터 입버릇처럼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싶다고 밝혀왔는데 드디어 그 뜻을 이루게 됐다"며 "알앤엘바이오와 계열사 주식 등 보유하고 있는 재산의 90%를 향후 10년 내에 모두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베데스다생명재단에 35%, 의료법인 예성의료법인에 35%, 재단법인 한국기독학술원에 10%, 학교법인 중앙학원에 10% 등을 앞으로 10년간 내놓겠다는 게 라 박사의 약속이다.
그는 재산 환원을 결정하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줄기세포 연구개발과 사업을 하면서 많은 오해로 아픈 상처가 있어요. 2005년 황우석 박사 스캔들로 줄기세포가 돈을 벌기 위한 수단 내지는 부유한 특권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냐는 불신도 있었잖아요. 이런 오해를 없애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희귀·난치병 환자들에게 첨단기술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사회 환원을 결심한 겁니다."
라 박사는 이미 지난해 사재 15억원을 출연해 베데스다생명재단을 설립하면서 재산의 사회 환원 준비를 해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흥순 한국기독교학술원 이사장은 "사회 환원이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어도 막상 실천할 수 있는 위치에 가면 하기 힘든 일"이라며 "그런 면에서 라 박사의 결정은 저소득층 환자들에게도 희망적인 사건이 될 것 같다"고 반겼다.
라 박사는 "베데스다생명재단을 통해 올해 이미 100여명의 저소득층 환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갔다"며 "앞으로 10년 뒤에는 이런 혜택을 받는 환자가 최소 1만여 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환원된 재산의 용도도 분명하게 설명했다. "환원 재산은 전액 희귀·난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와 저소득층 환자들의 치료 지원, 희귀·난치병 환자들의 자녀들을 위한 장학 사업에 쓰일 겁니다. 제가 재산을 기부할 4개의 단체에서 이런 것들을 자율적으로 시행하겠죠. 앞으로 3년 뒤 줄기세포 연구가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등에서 실험화된다면 회사 가치는 100배 이상으로 커지길 희망합니다. 그러면 환원 자금도 그만큼 많아지지 않겠어요?"
서울대 수의대 출신인 라 박사는 2001년 알앤엘바이오의 모태인 알앤엘생명과학 설립 멤버로, 지금도 줄기세포 기술원장을 역임하고 있다. 한국바이오벤처협회와 한국수의공중보건학회 이사, 대한수의학회 국제협력위원장 등 업계와 학계에서 폭넓은 활동을 펴고 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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