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전국순회 경선이 반환점을 돌았다. 어제 실시된 경남 경선은 전체 13차례 중 7번째였다. 그러나 중간 결산을 해보면 흥행 성적은 참혹하다. 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축제의 장이 되게 하겠다는 당초 취지는 온데간데 없고, 모바일 투표 혼선과 공정성 논란으로 당내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 경선 투표율도 간신히 50%를 넘기는 등 저조하다. 경선 현장에서는 야유와 멱살잡이가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3일 밤 김한길 최고위원 모친 상가에서 박지원 원내대표가 물 세례 봉변을 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갈등의 핵심은 모바일 투표의 공정성과 동원 논란이다. 첫 경선이었던 제주에서는 모바일 투표 룰이 문제됐지만 경선이 진행될수록 당심과 현격하게 차이가 나는 모바일 표심이 논란이다. 제주부터 인천까지 6개 지역에서 문재인 후보가 46.2% 득표로 25.8%를 얻은 손학규 후보를 크게 앞질러 1위를 달렸다. 하지만 대의원 순회투표에선 손 후보가 35.1%를 얻어 24.9%의 문 후보를 10%포인트 이상 앞선다. 전체 투표의 92%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 투표에서 문 후보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일어난 현상이다.
손 후보가"정체 모를 무더기 모바일 세력 작전에 민심과 당심이 짓밟히고 있다"고 반발하는 것은 그래서다. 손 후보는 모바일 작전세력으로 친노 패권주의를 지목했다. 숱한 문제가 제기돼왔음에도 민주당이 투표혁명을 앞세워 모바일 투표를 과도하게 도입했을 때부터 예고된 현상이었다. 이제 와서 모바일 중심의 완전국민참여경선을 부정하는 것은 때가 늦었다. 동원 문제도 있겠지만 모바일 투표결과가 일반국민 상대 여론조사결과와 같은 흐름을 타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이ㆍ박ㆍ문(이해찬ㆍ박지원ㆍ문재인)담합론'을 자초한 당 지도부의 원죄가 크다. 그런 지도부가 순회경선을 거듭하면서 드러난 문제들에 안이하게 대처해 상황을 한층 악화시켰다. 벌써 당내 경선절차를 마치고 국민통합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현상의 기세 속에서 내홍으로 추락하고 있는 제1야당의 현주소가 참으로 딱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