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수요일 오후 6시가 되면 차기 우리나라 국정의 최고 책임자를 선출하는 '18대 대통령 선거'가 마감이 되고, 다음날 아침에는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당선자가 화려하게 등장할 것이다. 이어서 인수위원과 국무위원의 하마평도 각종 언론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또 차기 정부조직의 모습에 대한 다양한 논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8월 15일 정부 출범 이후 지난 64년간 무려 50여 차례의 조직개편이 이뤄졌다. 이렇게 정부조직의 평균수명이 2년이 채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가 '압축성장'과 '압축민주화'를 함께 달성했기 때문이다. 즉 정말 숨 가쁘게 달려왔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조직개편이 졸속적으로 이뤄져 왔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결국, 인수위 출범 후 약 2개월 동안 차기 정부 정부조직 개편을 완수한다는 것은 또 다른 졸속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선 이전에도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조직 개편 논의는 우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시대적 요구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중요한 시대적 요구란 무엇일까. 필자는 국민들이 희망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과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현재의 상황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절망적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이러한 시대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들은 여야의 대통령 경선 후보들의 슬로건에서도 잘 나타난다. 집권당 대선 후보의 슬로건이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이고, 현재 진행 중인 야당 경선 후보들의 슬로건을 보면, "사람이 먼저다. 저녁이 있는 삶, 맘(mom) 편한 세상. 내게 힘이 되는 나라, 평등국가. 빚 없는 사회, 편안한 사회, 든든한 경제 대통령. 탐욕과 분노를 넘어 훈훈한 공동체 대한민국, 농민 같은 대통령" 등이 그것이다.
대선 후보들의 슬로건은 이처럼 다양하지만,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고, 대체로 '경제민주화', '복지', '일자리 창출'로 귀결된다.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나라를 일자리 창출과 경제민주화로 이룩하겠다는 것은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시대적 사명일 것이다.
이러한 시대상황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정부의 개편방향은 최근 폭증하고 있는 사회 병리현상에 적극 대처하는 전담부처도 설치하고, 궁극적으로는 '고용창출형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고용은 경제적 가치 창출과 연계된 개념이다. 고용창출은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력으로 작용함과 동시에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한다는 측면에서 시장적 기회균등을 보장한다. 반면 복지국가적 가치는 부모의 소득이나 직업 같은 '사회적 우연성'을 완화하고, 천부적 능력 같은 '자연적 우연성'의 효과도 완화해 경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지닌다.
'고용창출형 복지정부'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만들기보다 시장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하며, 분배적 가치를 추구하되 '정당한 근거에 기반을 둔 불평등'은 인정하면서도 '부당한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시정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 취업지원, 후 생계지원' 방식을 적용해 근로의욕이 고취되게 하고, 결국 국민 모두에게 '일하는 복지가 최우선'이라는 시그널을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변화하는 시대상황과 국민들의 요구가 차기 정부의 개편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어 암울한 현실 속에 꿈조차 잃은 이 시대의 청춘과 국민들이 희망을 갖게 되고, 또 일자리 창출과 경제민주화를 기반으로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나라가 이룩될 수 있다는 꿈을 갖게 되길 바란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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