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 달 전 8월5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테니스 남자 단식에서 104년 만에 영국에 금메달을 안긴 앤디 머레이(25ㆍ랭킹4위)가 다시 한번 챔피언의 위용을 뽐내면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향해 단 3경기만을 남겨놓았다.
머레이는 4일 미국 뉴욕 아서애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 US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16강전에서 '핵서브' 밀로스 라오니치(22ㆍ16위ㆍ캐나다)를 세트스코어 3-0(6-4 6-4 6-2)으로 완파하고 8강에 올랐다.
당초 전망은 머레이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머레이는 2일 열린 대회 3회전에서 스페인의 왼손잡이 다크호스 펠리치아노 로페스(31ㆍ31위)를 3-1(7-6 7-6 4-6 7-6)로 물리쳤지만 4시간에 가까운 233분 동안 난타전을 펼쳐 약점으로 지적되는 무릎부상과 체력소진의 부담을 안고 있었다.
이에 반해 '영건' 라오니치는 이번 대회 서브에이스 킬러로 자리매김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라오니치는 실제 이번 대회에서 서브에이스 103개를 성공시켜 2위 니콜라스 알마그로(27ㆍ스페인ㆍ12위)의 68개를 압도적으로 눌렀다. 핵서브 라오니치는 올 시즌을 통틀어서도 47경기를 치르는 동안 733개의 서브에이스를 터트려 2위를 달리고 있다. 1위는 56경기에서 850개를 성공시킨 존 이스너(27ㆍ미국ㆍ10위). 페더러가 63경기에서 523개를 적중해 3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보면 라오니치의 서브 에이스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경기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정반대였다. 머레이의 노련미가 라오니치의 패기를 완벽하게 잠재운 것. 경기 소요시간은 120분에 불과했다.
라오니치는 경기 후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 봤지만 머레이를 당해낼 수 없었다"며 "코트 후미와 공중, 그리고 네트에 바짝 붙는 등 3가지 전술 모두 써 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머레이의 경기력에 다만 경탄할 따름" (Simply amazing)이라고 깨끗이 패배를 인정했다.
머레이는 이날 첫 서브 성공률이 88%에 달하고 단 한차례도 브레이크포인트를 허용하지 않는 등 흠 잡을 데 없이 경기를 지배했다. 라오니치가 143마일(230㎞)이 넘는 서브를 앞세워 인파이터 복싱선수처럼 파고 들었지만 머레이는 상대의 백핸드 코너를 집중 공략해 점수를 차곡차곡 쌓아나갔다.
US오픈 8강은 머레이의 세 번째 무대다. 2008년엔 로저 페더러(31ㆍ스위스)에게 무너졌고, 지난해엔 4강에서 라파엘 나달(26ㆍ스페인)에 발목이 잡혔다.
올림픽 챔피언 머레이의 8강 상대는 마린 칠리치(24ㆍ크로아티아ㆍ13위)다. 칠리치와는 역대 7번 만나 6번 웃어 머레이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문제는 준결승이다. 페더러와 토마스 베르디흐(27ㆍ체코ㆍ7위)의 승자가 머레이와 맞붙기 때문이다.
한 차례 머레이의 코치를 지낸바 있는 브래드 길버트(52ㆍ미국)는 "머레이가 한결 여유롭게 경기에 임하는 가운데 집중력이 좋아졌다"고 ESPN에 평했다. 머레이는 자신의 트위터에 "라오니치의 가공할 핵서브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경기를 앞두고 매우 떨었다"며 살짝 엄살을 피웠다. 그는 그러나 "패싱 샷이 잘 먹혀 들어가 승리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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