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도 이런 악몽이 없다. 눈만 뜨면 좀비들이 떼를 지어 쫓아온다. 바이러스에 감염돼 죽음에서 살아나온 수많은 좀비들을 퇴치하고 한 숨 돌리려고 하는 찰라, 게임의 '끝판 왕' 같은 무시무시한 좀비 대왕이 영락 없이 뒤를 덮친다.
게임 '바이오 하자드5'를 모티프로 2002년 첫 선을 보인 '레지던트 이블'이 13일 시리즈의 5번째 이야기 '최후의 심판'을 선보인다. 1편부터 주인공 '앨리스'역을 맡아 여전사 아이콘으로 떠오른 밀라 요보비치(37)와 1~5편의 각본을 쓰고 1, 4, 5편에서는 직접 메가폰을 든 감독 폴 앤더슨(47)을 4일 일본 도쿄에서 만났다.
10년간 배우와 감독ㆍ제작자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5살배기 딸을 둔 부부다. 당연히 부부 생활에서 '레지던트 이블'을 빼놓을 수 없다. 요보비치는 "영화를 찍을 때면 남편은 하루 24시간, 나는 15, 16시간을 영화에 매달린다"며 "집에서도 주로 앞으로의 이야기, 캐릭터, 팬들의 반응 등 영화 이야기가 중심"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쓴 시나리오에 따라 아내가 주먹에 얻어 맞기도 하고 절벽에서 뛰어내리기도 하니 미안하기도 했을까. 앤더슨은 "액션 연기 때문에 온몸이 멍이 들고 주먹에 골프 공만한 혹이 생겼는데도 한 번 더 찍자고 할 정도로 열정적인 배우"라며 "어떤 감독이라도 같이 작업하고 싶을 것 같다"며 아내를 추켜세웠다.
이번 영화의 부제는 '최후의 심판'이지만 그렇다고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주인공 '앨리스'도 죽지 않는다. 앤더슨은 "영화가 클라이맥스를 향해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관객들의 반응이 좋으면 이야기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앤더슨은 "되풀이 하는 것, 겹치는 이야기를 싫어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시리즈의 종말을 자처하는 것"이라며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스케일을 키워갈 수 있었던 원동력을 "매편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요보비치 역시 "'레지던트 이블'은 제작사에서 만들라고 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남편의 영감에서 비롯된, 어떻게 보면 스스로 자라난 영화"라고 덧붙였다.
앤더슨은 "밀실 공포물, 액션물, 로드무비, 포위물로 모습을 바꿔온 시리즈의 이번 편은 추격물"이라고 말했다. "지옥행 고속 엘리베이터를 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출발하면 멈출 수 없을 겁니다. 그냥 즐기면 됩니다."
도쿄=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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