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계 자동차회사 볼보, 노르웨이의 반도체기업 오크라(Orkla), 헝가리 유화업체 보르소드켐(BorsodChem Zrt), 미국계 더본(Devon)에너지, 독일계 레미콘회사 푸츠마이스터(Putzmeister)….
최근 중국 기업들이 인수한 다국적 기업들의 목록이다. 인수합병(M&A) 등 올 상반기 중국의 해외직접투자는 전년동기대비 53% 증가했다. 아시아계와 미국 다국적 기업들을 주요 사냥감으로 삼으면서 차츰 M&A영토를 늘려가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를 기회 삼아‘세계의 공장’ 역할로 축적한 돈을 선진기술을 갖춘 외국기업 사냥에 맘껏 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뒤질 새라 미국은 첨단제조업분야에 대한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다. 항공우주, 제약, 기계, 자동차 산업에 대한 M&A가 2008년보다 70% 증가했고, 자원분야의 해외직접투자는 지난해 2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은 대규모 M&A를 통해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고 있다. 해외직접투자 세계 2위인 일본의 M&A 식성도 만만치 않다.
중국으로 대표되는 신흥국과 선진국간 M&A 전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 틈새에 끼어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이다. 우리 기업의 국외투자 전략이 다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나올 수밖에 없다.
4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이 해외직접투자 확대에 적극적이어서 조만간 우리 기업에 위협적인 상대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흥국의 해외직접투자는 2005년 1,221억달러에서 지난해 3,837억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규모는 여전히 선진국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증가세는 두 배나 빨랐다. 해외직접투자가 2007년보다 3배나 늘어난 중국의 입김이 압도적이었다.
우리나라의 해외투자전략은 중국, 미국, 일본 등과 다르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M&A형 해외직접투자가 최근 대세인데도 우리는 외국에 회사를 설립하고 공장도 직접 짓는 그린필드(greenfield)형 해외직접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축적된 기술 등을 한번에 손에 넣을 수 있는 M&A와 달리 그린필드 전략은 태생적으로 원재료 확보, 기술개발, 노동력 관리 등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소기업일수록 그린필드 투자가 많아 더 조심스럽다.
홍석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중국 기업을 필두로 한 신흥국 기업들이 선진기업 M&A을 통해 기술과 브랜드파워를 빠르게 갖춰가고 있는 것에 대비해 우리 기업들도 사업 역량의 확대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해외투자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해서는 정보와 네트워크 공유 등 기업간 협력, 투자대상국의 제도적 장벽 해소를 위한 정책 협력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중국 등에 편중돼 있던 우리나라의 투자대상국 수(2007년 117개→2011년 131개)가 최근 늘어나고 있는 건 고무적이다. 인건비 및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우리나라 해외진출 기업의 탈(脫)중국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다. 대신 브라질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인도 등 동남아와 남미, 미국에 대한 제조업 투자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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