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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공제회 횡령 일파만파/ "평생 모은 돈인데…" 교수들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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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공제회 횡령 일파만파/ "평생 모은 돈인데…" 교수들 망연자실

입력
2012.09.0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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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불법으로 예ㆍ적금을 받았는데 한번도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됩니까."

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 전국교수공제회관 13층 연회장. 머리 희끗희끗한 노부부부터 젊은이들까지 100여명이 모여 있었다. 전국교수공제회 총괄이사 이모(60)씨가 500억원 이상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본보 1일자 8면)됐다는 소식을 듣고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전ㆍ현직 교수와 배우자들이었다.

퇴직 이후를 위해 평생 모아온 돈을 날릴지도 모를 처지가 된 이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몇몇 교수들은 공제회관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휴대폰으로 여기저기 연락하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대학 직원들은 피해 교수 명단 파악을 위해 분주히 오갔다. 현재 공제회에 가입한 4,200여명 중에는 원금만 10억원 이상을 맡긴 이들도 수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양대의 한 교수는 "얼마 전에도 공제회가 소식지를 통해 '자산이 4조원'이라고 했는데, 이건 명백한 사기"라고 말했다.

이날 하루 동안 공제회관을 찾은 교수와 배우자들은 수백명에 달했다. 전화도 빗발쳤지만 60여명이던 공제회 직원들이 4명을 제외하고 모두 퇴사해 전화를 받을 수도 없었다. 공제회 지회가 있는 부산과 광주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교수들은 지난 1일 수원지검에 공제회 전체 임직원의 출국금지와 자산동결 조치를 요구한 데 이어 8일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이다.

하지만 공제회 측은 '향후 지급해야 할 자금이 3,000억여원이지만 현재 자산은 절반에 불과하다'는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달리 현 자산이 2,000억원 정도라고 주장했다. 공제회 관계자는 "가입자 원금이 약 2,800억원이라 부족한 자금은 800억원 정도이고, 부동산을 잘 운영하면 충분히 변제할 능력이 된다"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 확인 결과 전국교수공제회는 16개 시도교육청에 등록된 법인이 아니었다. 사업자등록증도 없었다. 사실상 계 형태의 사조직이었던 셈이다. 공제회의 한 직원도 "그동안 한번도 관련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수들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12년 동안 유사수신 행위가 이뤄진 점으로 미뤄 윗선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단국대 안모 교수는 "수천억원을 운영하는 거대한 조직이 10년 넘게 공적인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다는 사실은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를 연상시킨다"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이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금 수신은 관할 관청의 인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전국교수공제회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다만 모니터링을 통해 유사수신 행위를 발견, 2010년 2월 경찰에 통보한 적은 있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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