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안에 전국에 총 2,200실 규모의 프리미엄 비즈니스호텔을 짓겠다."
롯데호텔은 지난달 30일 깜짝 놀랄만한 미래 청사진을 발표했다. 특급호텔의 대명사격인롯데가 2014년부터 이듬해까지 제주를 시작으로 대전, 서울 명동ㆍ구로, 울산, 인천 송도 등 총 7곳에 객실 200~300여개의 중저가 호텔을 짓겠다고 선언한 것. 롯데호텔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1,000만 시대를 맞고 있다"며 "수십년간 최고급 호텔을 운영하며 쌓아온 노하우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급 호텔들이 깜짝 변신하고 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해 도심 숙박난이 심해지면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비즈니스호텔 시장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비즈니스호텔은 특급호텔에 비해 가격은 30~40% 저렴하고 연회장, 레스토랑 등 불필요한 공간을 크게 줄인 숙박 시설이다. 대규모 부지가 필요한 특급호텔에 비해 도심의 짜투리 공간이나 상가 등을 개조해 만들 수 있어 투자 대비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다. 반면 최근 한류 바람 등으로 해외 관광객이 밀려들면서 공급은 오히려 태부족인 실정이다. 지난 2009년 롯데시티호텔마포가 국내 최초로 문을 열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던 호텔 업계가 최근 객실예약률 90%의 고공행진을 하는 비즈니스 호텔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롯데호텔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특급호텔인 호텔신라도 '신라스테이'라는 비즈니스 호텔 브랜드 론칭을 준비 중이고, 조선호텔은 서울 명동 밀리오레를 인수해 중저가 호델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네트웍스가 운영하는 워커힐은 서울 오장동의 한 주유소를 비즈니스호텔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들 특급호텔이 내세운 전략은 바로 '프리미엄'. 같은 비즈니스호텔이라도 특급호텔의 고급스러운 시설과 서비스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격 부담을 줄여 고객을 공략하겠다는것이다. 특히 2014년 서울 강남과 신대방, 경기 동탄 등 총 3곳에 비즈니스호텔을 운영할 호텔신라는 일반 비즈니스호텔과 특급호텔의 중간 크기의 객실을 마련하고 객실예약, 청소 서비스 등도 특급호텔 수준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 같은 특급호텔의 변신은 최근 여행패턴의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과거 여행사 직원이 이끄는 '깃발' 관광객 중심에서 최근 개별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숙박, 서비스 등에 대한 수요가 다양해져 이를 충족시킬 필요성이 높아진 것. 업계 관계자는 "외국 브랜드인 하얏트의 경우 가격과 시설에 따라 '파크', '그랜드', '리젠시' 등으로 나뉘는 것처럼 국내 특급호텔도 고객층에 따라 브랜드를 세분화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특급호텔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변신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특급호텔은 모두 대형 연회장과 레스토랑을 갖추고 있지만 사실 영업이익이 많지 않다. 고급식재료와 숙련된 전문인력을 써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와 유지비는 많이 드는 반면 서비스나 음식 맛으로 차별화 할 수 밖에 없어 비용을 줄일 수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객실 중심의 비즈니스호텔이 기존 특급호텔에는 매력적으로 비칠 수 밖에 없다.
한 호텔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관광시장이 커지면서 특급호텔들도 신규 고객층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며 "앞으로 패키지보다 개별 여행객들이 많아짐에 따라 특급호텔들도 과거 '럭셔리'한 이미지만 고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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