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지주가 출범 6개월을 맞았다. '금융 부문의 경쟁력을 높여 농업인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은행 중심의 신용(금융)사업과 유통ㆍ판매의 경제사업으로 분리된 게 3월 초. 하지만 당초 2017년 금융ㆍ경제지주 탄생을 목표로 준비해오던 작업이, MB정부 들어 금융 부분만 앞당겨 출범하다 보니 '미완의 지주'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정부가 약속했던 자본금 확충을 위한 현물출자(1조원)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고 금융지주의 핵심 부문인 전산(IT)도 중앙회에 그대로 남아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이 목표에 크게 미달한데다 농협노조는 지주회사 해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벌써부터 태생적 한계에 부딪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3일 금융계에 따르면 농협금융은 7월 말부터 일반경비 감축 등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특단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신동규 회장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농협금융의 올해 순이익 목표는 1조128억원. 하지만 상반기 순익은 연간 목표의 5분의 1 수준인 2,141억원에 그쳤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1조원대 순익을 올렸고 하나금융조차 5,000억원대 순익을 보여 농협금융은 '무늬만 금융지주'라는 비아냥까지 듣는 실정이다.
신 회장도 농협금융이 자산 규모로는 5위지만 은행, 보험 등을 제외한 나머지 자회사는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 농협금융이 10월께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회사들에 1조7,000억원 규모의 증자를 계획 중인 것도 이런 상황 인식에서 비롯됐다. 농협금융 측은 "출범 초기 인프라 구축 등으로 판매관리비 지출(8,388억원)이 많았고 충당금 적립액(3,600억원)이 늘어 수익이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만큼 하반기에는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금융이 구조적으로 좋은 실적을 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금융지주와 달리 농협중앙회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1대주주 체제라는 한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농협금융 자회사인 농협은행은 올해에만 중앙회에 7,000억원 넘게 지불해야 한다. 이미 상반기에 1,740억원의 브랜드 사용료를 물었고, 여기에 출자 배당과 이용 고배당(농협 이용실적에 따른 조합원 배당)도 기다리고 있다. 금융의 핵심인 정보기술(IT) 부문이 농협중앙회 소속으로 남은 것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지주 출범을 5년 이상 앞당기면서 생긴 문제들도 극복해야 한다. 우선 연내 목표로 했던 산은지주 민영화 작업이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 위기에 놓이면서 자본금 확충을 위한 1조원의 현물출자(산은지주 및 한국도로공사 주식 각 5,000억원)가 언제 이뤄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출자금은 농협경제지주 사업에 투입될 예정이어서 장기 표류할 경우 중앙회 자체의 자금운용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결국 농협금융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농협금융 탄생으로 기대감이 커진 농업인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렴하고 내부 갈등을 조정하는 것도 당면 과제다. 이미 농협노조는 "농협금융지주 출범으로 지역농협의 자산이 지주회사에 강제 편입됐다"며 농협금융의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농협 구조개편이 앞당겨지면서 농협의 대규모 부실이 예상되고 있다"며 "농협이 농민을 위한 조직인지, 협동조합 정신에 충실한 조직인지 다시 한번 따져 신경분리 작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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