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강모(30)씨는 루이비통 가방의 끈을 교체하는데 무려 한 달 넘게 기다려야 했다. 수리비도 50만원 가까이 들었다. 가까운 명품 수선점에 가려다 '그래도 명품인데…'라는 생각에 구입했던 백화점 매장에 맡겼는데, 지금은 시간과 돈만 허비했다는 생각뿐이다. 그는 "너무하다 싶어 항의했더니 매장에선 '싫으면 동네 수선점으로 가세요'란 식이었다"면서 "나도 명품을 좋아하지만 '한국 소비자는 봉'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싶었다"고 말했다.
미국 연수를 마치고 귀국한 직장인 안모(38)씨는 메르세데스 벤츠 E350모델을 구입하려다 깜짝 놀랐다. 2년전 미국에서 같은 모델을 5만달러에 구입했었는데, 한국에선 1억원이나 했기 때문이다. 안모씨는 "아무리 2년의 시차를 감안해도 한국에선 너무 폭리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해외 유명브랜드의 폭리와 횡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개선은커녕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관세가 내려갔지만 값은 제자리이고, 그 비싼 가격에 팔면서도 애프터서비스(AS)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팔 때도 콧대, 팔고 나서도 콧대'높은 영업관행은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루이비통의 대표 가방인 스피디30의 가격은 국내에서 143만5,000원으로 유럽에 비해 30만원 가량 비싸고, 스토케 같은 유명 수입 유모차 가격은 유럽 현지와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BMW 7시리즈,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렉서스 LS등 최고급 수입차 역시 한국과 미국 시장 가격 차가 두 배가 넘는다. 샤넬은 지난해 한ㆍ유럽연합(EU) FTA 체결 후 여론의 압박에 못 이겨 가격을 찔끔 내렸으나, 올해 2월 다시금 대폭 인상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소비자가 명품업체들의 만만한 '봉'으로 전락한 데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해외유명 브랜드에 대한 맹목적인 선호가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값을 올려도, AS가 시원치 않아도 잘 팔리니까, 명품업체들의 태도가 안하무인격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독점적 수입유통 구조 또한 해외 명품업체들의 횡포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인데, 정부도 이 문제해결을 위해 병행수입을 장려하고 있지만 제2, 제3의 수입업체가 나오기엔 시장규모가 너무 작다는 평가다. LG경제연구원의 김형주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와 중국시장에서 동시 영업을 하는 대형 병행수입업체 등 '제3의 플레이어'가 생기는 식으로 유통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면서 "정부, 소비자단체 등이 나서 적극적으로 소비문화를 바꿀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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