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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쓰기 겁나는데 물가상승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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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 쓰기 겁나는데 물가상승률 1.2%?

입력
2012.09.0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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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에 이어 두 달 연속 1%대에 그쳤다. 12년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라면, 우유, 조미료, 맥주 등 식음료 가격이 잇따라 인상된 데 이어 폭풍 여파로 채소ㆍ과일류 가격도 폭등세인 것을 감안하면 1%대 상승률은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물가상승률이 국민들의 체감물가와 상당한 괴리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작년 8월에 비해 1.2% 올랐다. 7월(1.5%) 상승률보다도 낮은 수치로, 2000년 5월(1.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작년 동월대비 1.3% 상승했고, 식품 등 생활물가지수는 0.6% 상승하는 데 그쳤다. 특히 신선식품지수는 작년 동월에 비해 2.9%나 하락했다.

그런데 항목별로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기료와 가스요금은 1년 전보다 각각 2.1%, 9.8% 올랐고, 주거비도 전세가 상승 등의 요인으로 4.0% 급등했다. 대중교통요금은 시내버스와 전철 요금 인상으로 두 자릿수나 상승했고, 학원비 역시 6.3% 올랐다. 3월부터 시작된 정부의 보육료 지원으로 보육시설이용료가 작년 8월 대비 34% 감소했다지만, 치솟는 식탁물가와 공공요금 인상 등을 감안하면 체감물가는 크게 상승한 셈이다.

이처럼 서민생활과 밀접한 품목들의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도 실제 상승률이 1.2%에 불과한 이유는 이들 품목의 물가지수 반영 비중이 크기 않기 때문이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체감물가가 높다는 것은 전세 및 농축산물 가격이 높다는 의미인데, 이 부분이 물가지수 산출에서 점하는 가중치가 전체 1,000 가운데 각각 92와 77 정도로 작다 보니 체감물가와 통계청 물가 간 괴리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달 말 한반도를 강타했던 태풍 피해가 아직 반영되지 않은데다 지난해 여름의 물가 상승폭이 컸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작용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은 홍수의 여파로 소비자물가가 2010년 8월 대비 4.7%나 치솟았고 특히 농축수산물 값은 두 자릿수가 뛰었다"며 "현재의 소비자들은 농산물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생각하겠지만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떨어진 편"이라고 분석했다.

통계청 관계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2%라는 것은 지난해 높아진 물가에 그만큼 더 물가가 상승했다는 의미"라며 "이번에 제외된 태풍의 영향까지 감안하면 물가 안정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가 걱정하는 부분은 전월 대비 물가 상승 추이다. 소비자물가는 폭염 등의 영향을 받은 채소값 급등으로 7월에 비해 0.4% 올랐다. 3개월 만의 상승세 전환이다. 신선채소(8.0%), 신선과일(5.7%) 등의 가격이 치솟으면서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7월 대비 4.6%나 뛰었다. 작년 8월 대비 0.2% 하락한 식품 물가는 7월에 비해선 0.9%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태풍 볼라벤 등의 영향에 따른 9월 농수산물 가격 급등, 국제 곡물가격 상승세 등 물가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농산물 수급안정대책과 함께 가공식품 담합이나 편승 인상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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