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시 검사에서 특정회사의 분유에서 방사성물질인 세슘-137 1 Bq/kg(분유 1 kg 당 1 베크렐)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와 관련해 해당업체에선 극미량이며 허용 기준치인 370 Bq/kg을 훨씬 밑도는 수치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환경단체는 방사선 물질의 의학적 안전한 기준치는 따로 없고 검출량이 극미량이라 해도 그 양에 따라 암 발병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맞서 해당 상품을 아이에게 먹이는 엄마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논란은 베크렐이 어느 정도의 방사능량인지 금방 감을 잡을 수 없어 빚어진 일이다. 1베크렐이란 방사선이 1초당 1개 나온다는 물리적 의미로 매우 적은 수치이다. 예전에는 이 정도 수준의 방사선 물질은 장비의 한계로 측정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방사선검출 장비의 민감도가 향상돼 자연 방사능보다 훨씬 적은 양을 측정할 수 있게 됐다. 사실 불검출된 다른 업체 분유제품들도 방사능이 없는 것이 아니다. 성능이 좋은 장비를 사용한다면 검출될 수밖에 없다.
방사성 세슘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전에도 1960~80년대 미국, 소련 등에서 실시한 1,000여 번의 핵실험으로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어 비록 인공방사성물질이지만 천연방사성물질처럼 되어 있고, 음식에 기준치 이하 범위에서 다양하게 검출된다.
또한 반감기 10억년의 천연 방사성물질 칼륨-40은 바나나에서 100~300 Bq/kg, 우유에서 50 Bq/kg이 검출(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전국환경방사능조사)되기 때문에 세슘 1 Bq/kg에 비해 훨씬 많이 음식에 존재한다.
따라서 환경단체의 논리대로라면 특정회사 분유만 아니라 모든 분유가 방사능 분유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방사능이 늘 주변에 존재하는 환경에서 살아왔다.
성인 몸속에는 칼륨-40이 4,000베크렐 정도 존재한다. 인간은 과일, 채소, 버섯, 육류, 우유 등 음식물과 같이 섭취하며 소변으로 배출한다. 임신부와 태아의 몸속에도 역시 존재한다. 비록 세슘 137이 인공 방사성물질이라고 하나 칼륨과 비슷한 성질을 갖고 있다. 섭취해도 몸에 축적되지 않고 소변으로 배출된다.
환경단체는 유아가 세슘을 섭취하면 큰 문제가 아닐까 우려하지만 이미 체중 5kg의 유아의 몸에는 300 베크렐 정도의 방사능이 존재한다. 따라서 하루 0.1 베크렐을 추가로 섭취한다고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매일 섭취하는 천연 방사능량의 변화보다도 작을 테니까.
미량의 방사선 물질이 정말 문제라면 건강에 유익한 야채나 채소도 칼륨-40이 상대적으로 많이 함유되어 있으니 먹지 말라고 권고해야 할 것이고, 엄마의 모유마저 위험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미량의 방사선도 위험할 수 있다는 논란은 일본 원폭피해자에 대한 장기 추적연구 결과에서 나왔다. 100밀리시버트(mSv) 정도의 고선량에 피폭 당했을 때 0.5%의 발암확률이 있었으며 선량이 증가할수록 발암확률은 높았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100mSv 이하에서는 얼마나 확률이 줄어드는지 명확하지 않다. 그 이유는 0.5%보다 낮은 확률에서는 담배·감염·음식 등 다른 발암원인의 영향이 너무 커 묻혀 버린 탓이다. 이런 이유로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는 안전하게 보수적으로 판단해 100mSv 이하에서도 선량이 감소하는 만큼 발암확률이 비례하여 줄어든다고 가정했다.
예를 들어 0.1mSv의 방사선을 받으면 발암확률이 0.0005%로 계산된다. 이렇게 적은 확률에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과연 있을까.
일본여행을 하는 분들 역시 방사선 걱정을 하는 데 후쿠시마 주변을 제외한 일본의 자연방사선량은 연간 1.5mSv로 우리나라 평균 3mSv에 비하면 오히려 더 작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약간 높은 것은 화강암이 많아 천연 라돈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수치 차이로 신경을 쓸 이유는 전혀 없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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