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시의 대표적 해양관광지인 오이도. 바다를 끼고 길게 줄지어 들어선 횟집 뒤로‘모델’이라고 적힌 미심쩍은 간판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모델’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작품을 만들기 전에 미리 만든 물건 또는 완성된 작품의 대표적인 보기”이지만 오이도에선‘모델’이 숙박업소인 ‘모텔’을 의미한다.
모텔과 차이가 없는 숙박업소를 왜 하필 모델로 명칭을 교묘히 바꿔 영업을 하는 것일까.
인근 횟집에 물어보니 이유는 간단했다. A횟집 사장은 “오이도 해양단지는 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숙박업소 자체가 들어설 수 없다”며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모텔 업주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모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할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눈속임 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말 시화지구 개발로 터전을 잃게 된 원주민들이 이주한 오이도 해양단지는 도시계획 상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4층 이하의 저층 주택과 상가 건물 외에 숙박 업소는 들어설 수 없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오이도 해양단지가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모델 등 30여곳의 숙박 업소들이 난립해있다. 이들은 원룸이나 상가건물 3~4층을 개조한 후 ‘모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불법 숙박업을 하고 있다.
주변 상인들은 “모델이 불법인줄 알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인들은 “오이도 해양단지 내 나들이객들이 연일 찾아오지만 시흥시가 주거지역이라는 이유로 숙박시설이 들어설 수 없도록 규제를 한 것이 잘못된 것이다”고 원망했다.
반면 해양단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불법 숙박업소 난립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다. 주민 최모(46)씨는 “업주들이 건물을 불법으로 개조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는데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인근에 초등학교까지 있는데도 시가 사실상 불법 숙박시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주민들의 민원제기에도 관할행정부서인 시흥시의 단속은 수박 겉핥기 식에 그치고 있다.
시흥시가 최근 1년간 실시한 오이도 해양단지 불법 숙박업소에 대한 단속 실적은 10여 차례의 경고장 발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주들에 대한 고발이나 강제이행부과금 등은 단 한차례도 없었다.
시흥시 관계자는“현장 적발을 해야 하는데 투숙객들을 친인척이라고 속이면 적발이 쉽지 않다”며 “주민들을 범법자로만 만들 수 없어 도시계획을 변경해 양성화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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