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7월초 미국 애틀랜타 지역의 디캡 카운티 법원은 교회에 들어가 여성 신도를 성폭행해 기소된 존 카버(51)에 대해 종신형 2회와 징역 115년을 선고했다. 미 연방법은 성폭행 유형 중 폭력을 동반한 강간과 미성년자 강간 재범에 대해 종신형까지 선고할 수 있게 형량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2. 지난해 11월말 중국 저장성 리수이시에서는 여학생 14명을 성폭행한 전웨이준(45)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중국에서는 14세 이하의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가졌다 적발되면 그 즉시 사형이다. 미중 양국은 국민의 공분이 큰 성폭행범에 대해 엄중한 처벌만이 범죄를 발본색원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나라 전체가 성범죄로 들끓고 있다. 연말 대선을 앞둔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나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회동 보다 과연 오늘은 또 다른 어떤 충격적인 성범죄가 벌어질지 두려움과 걱정 속에서 하루를 보낼 정도다. 우리 일상이 잔인하고 무자비한 성범죄에 적나라하게 노출되면서 딸 가진 부모이자 가장으로 갖는 피해의식은 점차 분노로 바뀌고 있다.
성적으로 억제할 수 없는 변태적이고 잔인한 폭력성은 이미 집안 내부까지 쳐들어 온 형국이다. 집에서 잠자는 아이를 보쌈 하듯 납치ㆍ성폭행하고, 유치원 가는 자녀를 바래다 주기 위해 열어둔 문 틈 새로 침입해 유부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하며, 택배기사를 가장해 성폭행하는 등 더 이상 집안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다.
성범죄 대상도 무차별 확대되고 있다. 술 취한 여성 직장인은 물론 휴대폰 채팅으로 알게 된 여중생에서부터 가게 아르바이트생, 힘없고 약한 어린이, 만삭의 임신부까지 한번 찍히면 당할 수 밖에 없는 계획적이고 치밀하면서도 지능적인 범행수법은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정부는 한 달 전 통영사건과 제주 올레길 성폭행ㆍ살인사건 이후 성범죄자의 신상공개와 전자발찌 전면 확대 등 성범죄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달 말 서울 광진구에선 성폭력 전과자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무참히 살해했고, 수원에서도 성범죄 전과자의 흉기 살인사건이 이어지면서 대책 자체가 무용지물이 됐다. 이들은 흉악한 성범죄 전과자였지만 성범죄 알림이 사이트에 이름조차 올라 있지 않았다. 또 전자발찌를 찬 채 범행을 저질렀다. 이 같은 실효성 없는 대책으로 상황을 개선시키기 어려워 성범죄는 오히려 날로 기승을 부리는 추세이다.
나주 고종석 사건과 통영 초등학생 성폭행ㆍ살인사건에서 보듯 성범죄 피의자들은 평소 피해자와 알고 지낸 지인들이 대부분이다.'이웃집 아저씨'이거나 친구 혹은 직장상사 등은 신뢰와 믿음을 악용해 순간 짐승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들은 법원에서'합의가 됐고, 술에 취해서 사리판단 능력이 흐려졌다'는 이유로 형량을 감형 받는 경우가 상당수이다. 그러다 보니 피해자들은 판결이 너무나 관대해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의 사적 응징에 나서고 싶은 충동을 느낄 때가 많다고 토로한다.
실제로 지난해 아동 성범죄자 절반이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지난해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전체 사건 피고인의 집행유예 선고 비율은 전체 468명 중 225명(48.1%)이었다. 또 강제추행의 집행유예 비율은 지난해 10% 늘었고, 성인을 포함한 전체 성범죄를 대상으로 한 집행유예 비율은 40.4%에 달했다. 과연 이는 누구를 위한 판결이란 말 인가. 인권천국인 미국은 성폭행범에게 평균 10년 5개월의 형량을 선고하지만, 우리나라는 평균 3년 2개월에 그치고 있다. 미 사법부는 피해자 정서에 부합할 수 있도록 성 범죄자를 사회적으로 장기 격리시키는 무거운 형량을 내려야 재범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정부 대책처럼 신상공개나 전자발찌 부착, 화학적 거세 확대 등은 성범죄를 막는 보조 수단일 뿐, 초범이나 잠재적 성 범죄자들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없다. 따라서 성 범죄자들에 대한 형량강화와 보조장치들을 실효성 있게 병행 운용한다면 지금보다는 안심하고 이 땅에서 우리의 딸들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장학만 사회부 차장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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