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국가 중 정교분리가 비교적 엄격했던 이집트에서 1960년 국영 방송국 개국 이후 처음으로 히잡(머리를 가리는 두건)을 쓴 여성 앵커가 등장했다. BBC 방송은 이집트 국영TV 여성 앵커 파티마 나빌이 2일 크림색 히잡을 쓰고 뉴스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여성 방송 출연자에게 히잡 착용을 규정한 신정부 법령에 따른 것으로,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집권한 뒤 나타난 보수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말끔히 면도한 것과 달리 무르시는 이슬람식으로 수염을 길렀고 부인 나글라 마무드 역시 히잡을 착용해 왔다.
지난해 초 실각한 무바라크는 81년 집권 이후 전임 가말 압델 나세르와 안와르 사다트의 세속주의를 계승, 정교분리를 강조하며 여성 방송인의 히잡 착용을 금지해 왔다. 히잡을 쓰게 해 달라는 여성 방송인들의 요구에 법원이 2005년 히잡 허용 판결을 내렸지만 무바라크 정권은 이를 무시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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