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그룹이 사실상 강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을 받은 것이 아니라 사실상 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경기불황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이 대기업으로까지 확산되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KCC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정상영 회장(현 명예회장)의 그룹으로, 화학 및 건축자재 분야를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재계 서열은 28위이다.
2일 KCC와 업계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달 정규 사무직 40여명에 대해 해고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KCC 사측은'경영상 필요에 의한 퇴직'이라는 이유로 희망퇴직이나 명예퇴직 신청을 받지 않고, 개별적으로 해고사실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의 정리해고나 다른 없는 셈이다.
업계의 한 소식통은 "연말 연초 정기인사 때마다 희망 퇴직자 등을 받아 10~20명 가량 소폭 인원을 감축한 적은 있었지만 연중에 인원감축에 나서는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KCC는 또 추가적인 감원을 위해 사업본부 별로 직급에 관계없이 대상자를 선별하는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연말까지 5,000명에 달하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도 받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외환위기 이후 KCC 측은 최대 규모의 감원이 단행될 전망이다.
회사측은 사실상 강제적인 감원과 관련해 주력업종의 장기불황을 꼽고 있다. 이 회사 한 관계자는"수년째 건축자재 업계가 불황을 겪고 있는 데다 현재 침체된 건설경기도 단기간에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건축자재와 페인트 생산 등 업황부진의 장기화로 어쩔 수 없이 조직 슬림화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선 KCC가 강제감원을 해야 할 만큼 심각한 상황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 KCC는 지난 1분기 58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116%나 증가한 액수여서 오히려 다른 업체보다 회사 실적은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구나 KCC는 올해 초 현대중공업 주식(249만주)을 팔아 6,297억원을 확보하는 등 현금을 마련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신규사업이 부진해지자, 결과적으로 직원들만 책임을 떠안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정상영 명예회장의 아들이자 현 오너인 정몽진 회장은 야심 차게 폴리실리콘 사업 신규투자를 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태양광 시장이 불황에 빠지자 현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한 재계관계자는 "강제적 인력구조조정은 기업들이 불황기에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중소기업도 아닌 대기업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것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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