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초등학생 납치ㆍ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고종석(23)씨가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피해자인 A(7ㆍ초등학교 1년)양을 목 졸라 살해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고씨는 A양을 5년 전 A양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식당을 드나들며 알게 됐던 큰딸(12ㆍ초등학교 6년)로 착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전남 나주경찰서는 2일 고씨가 A양을 성폭행하면서 자신의 얼굴을 본 A양이 경찰에 신고할 것을 우려해 A양의 목을 졸라 살해하려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고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살인)과 미성년자 약취, 야간 주거침입 절도, 주거침입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시45분쯤 나주시 영강동 한 상가형 주택에서 잠을 자고 있던 A양을 이불째 납치한 뒤 200여m 떨어진 영산대교 아래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고씨는 이 과정에서 A양이 "하지 말라"고 몸부림치며 반항하자 손으로 A양의 입을 막고 목을 조르듯 눌러 살해하려 했다. 실제 고씨는 A양의 목을 조른 상태에서 수분 동안 성폭행을 하다가 A양이 정신을 잃자 숨진 것으로 알고 그대로 달아났다.
검진 결과 A양의 양쪽 목에는 고씨의 손톱자국과 목 졸린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고씨는 범행 직후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근 슈퍼마켓에 문고리를 뜯고 들어가 현금 20만원과 담배 3보루를 훔쳤다.
A양은 한참 뒤 깨어나 범행 장소에서 50여m 떨어진 경사진 콘크리트 계단을 5m가량 기어올라간 뒤 영산대교 인도에 쓰러졌고 낮 12시55분쯤 실종 신고를 받고 수색에 나선 경찰에 발견됐다.
고씨는 경찰에서 "5년 전 A양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을 다니며 당시 일곱 살이던 큰딸을 알게 됐다"며 "범행 당시 여자아이와 성행위를 하고 싶은 충동을 느껴 A양이 예전에 알고 있던 큰딸인 줄 알고 납치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씨가 큰딸로 오인한 A양을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A양이 격하게 반항하자 꼼짝하지 못하게 목을 졸랐고, 자신의 얼굴을 알고 있는 A양이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겠다 싶어 A양을 살해하려 했다는 진술을 했다"고 말했다.
나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