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가 권력의 이양이 시작됐다.
신화통신은 1일 리잔수(栗戰書·62ㆍ사진) 구이저우(貴州)성 서기가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중앙판공청 주임은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와 안건을 준비하는 최고 지도부의 실무 책임자로, 사실상의 국가주석 비서실장이다. 리 신임 주임이 시진핑(習近平) 부주석과 친밀한 인사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올 가을 제18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권력이 시 부주석에게 이양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리 신임 주임이 태자당(당 원로 및 고위 관료 자녀)인 시 부주석의 사람이면서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이끄는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파와도 인연이 깊어 신구 권력 모두에서 거부감이 없는 인물이란 점이 주요 발탁 배경이 됐다.
후 주석의 신임을 받았던 링지화(令計劃) 전 주임은 이번 인사에서 통일전선공작부장으로 옮겼다. 통전부는 조직서열상 중앙판공청과 중앙조직부, 중앙선전부의 다음이다. 이에 따라 후 주석을 등에 업고 중앙정치국 진입은 물론 상무위원 후보로까지 거론되던 링 전 주임이 정치적 한계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25명의 중앙정치국원 중 한 명이 될 가능성은 아직 배제할 수 없다.
후진타오 주석이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서도 물러나는 대신 공청단 소속의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나 왕양(汪洋) 광둥(廣東)성 서기를 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시켜 군부에 대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처럼 국가주석 자리를 넘겨준 뒤에도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는 가능한 한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이 더 우세하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10년 만에 찾아온 중국의 권력 이양 과정에서 신구 세력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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