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이후'주변 사람들의 불편한 동정심과 비뚤어진 시선으로부터 받은 심적 고통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이면 모릅니다. 이제부터는 그 힘겨운 싸움에서 이겨내야 합니다."
2010년 6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납치돼 성폭행 당했던 김수철 사건의 피해자 A양(당시 8세)의 어머니(40)는 1일 전남 나주 초등학생 납치·성폭행 사건의 피해 어린이와 부모에게 "꼭 전해달라"며 자신의 아픈 경험에 비춰 이같이 말했다.
이날 A양의 집에서 만난 어머니는 나주 고종석 사건에 대해 "아니 어떻게, 아동을 대상으로… 그런 짓을 또…. 너무 고통스럽다"며 마른 침을 몇 번이나 삼켰다. 그는 최근 여성을 상대로 한 성범죄로 세상이 또 다시 시끄러워지자 한 동안 끊었던 진정제를 다시 복용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아픈 경험을 먼저 한 때문일까. A양 어머니는 아동 성범죄 피해 가족에게 찾아오는 가장 큰 고통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체 애를 어떻게 관리했길래'하고 욕 할 까봐 무섭고 동정 어린 시선이 싫어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서둘러 이사했다"고 말했다. A양 어머니는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어린 딸을 데리고 집에 온 날 택시에서 내리자 이웃의 따가운 시선이 뒤통수에 따라 붙는 걸 느꼈다고 한다. 이사를 앞두고 정신 없이 냉장고 청소를 하는데 한 할머니가 집으로 불쑥 들어와 아이를 안고 운 적도 있었다. A양 어머니는 "아이를 겨우 안정시켜 왔는데 가족 모두가 얼마나 당혹스러웠는지 모른다"며 그 날의 씁쓸한 기억을 회상했다.
A양 어머니는 "예전 집에선 현관문을 열면 누가 튀어 들어올 까봐 두려웠다"며 "누구 책임을 따지기 전에 고종석 사건 피해자들이 우선 나쁜 기억을 빨리 잊도록 집을 옮기고 새 집에서 잘 정착할 수 있게 국가나 이웃 모두 적극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 아이는 학교에서 납치돼 다행히 정부와 서울시에서 책임지고 치료비 등 필요한 비용을 지원해줬다"며 "그러나 나주 사건과 같이 집에서 당한 피해는 과연 누가 책임져야 할지 모르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국가가 피해자에 대한 제도적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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